정부는 최근 국내의료계에 제기되어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뇌사문제에 관하여 직접적인 관련단체인 대한의학협회의 건의에 따라 뇌사를 인정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의 입법화를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한다.뇌사인정을 공식의견으로 건의하기에 앞서 의학협회는 이미 지난 1988년 11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문제를 집중검토한 끝에 장기이식등 현대의료시술의 발전을 위해서 뇌사인정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세계의학기구와 선진 각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뇌사를 인정한 만큼 일단 뇌사인정의 추세는 부정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이에 관련하여 보다 숙연하고 진지한 입장에서 폭넓은 토론과 심사숙고를 다시 한번 제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뇌사의 문제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명의 문제,곧 삶과 죽음의 돌이킬 수 없는 경계를 직접적으로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귀한 생명과 직결된 뇌사의 문제는 의학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법률ㆍ사회규범ㆍ전통윤리ㆍ종교신앙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뇌사의 인정은 관련된 사회 각 분야의 폭넓은 의견수렴과 이를 통한 국민적인 합의도출이라는 최소한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뿐만 아니라 뇌사인정에 따라 손톱만한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정지작업이 반드시 선행되고 제도적인 장치도 완벽하게 정비되어야만 할 것이다.
반대론자 내지는 회의론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뇌사인정에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인간이 스스로의 존엄한 생명을 의학적인 기준에만 치중한 나머지 자의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명의 신비가 훼손되거나 전통적인 생사관이 변질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뇌사의 개념,기준,그리고 판정자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고도 세밀하게 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체제와 장치의 확립이 요청된다.
뇌사설이 의학의 학설로서 처음 제기된 것은 1902년 미국의 신경의학자 쿠싱에 의해서였다. 1950년대까지는 단순히 개념적으로만 인정받았던 뇌사는 산소호흡기를 통한 인공호흡 기술의 발달로 뇌가 완전히 기능을 잃은 뇌사상태에서도 심폐기능을 상당기간(대체로 2주안팎) 계속시킬수 있게 되고 심장,간장,췌장,신장,폐장등 장기이식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의학적으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사망자로부터의 장기이식은 장기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심장사상태서는 불가능하거나 실패율이 높아 장기기능이 정지되기 이전인 뇌사상태에서 주로 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학협회는 1968년 시드니선언으로 뇌사의 인정을 주장했으며 선진 각국도 사회규범과 종교신앙과의 상충을 피하는 방향에서 뇌사를 인정하는 추세다.
뇌사의 인정으로 장기이식수술이 가능하게 되면 이미 꺼져버린 생명의 불길이 꺼져가는 또하나의 생명의 불길을 회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뇌사인정은 그 나름대로 인명구조의 명분과 의의를 지녔다.
따라서 뇌사인정에 관한 입법추진은 그 장치와 의의가 조화되는 방향으로 물줄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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