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야 정면대결 피해 고비넘겨/군조직법 처리 유보로 협상 국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야 정면대결 피해 고비넘겨/군조직법 처리 유보로 협상 국면

입력
1990.03.14 00:00
0 0

◎민자 “합당모양ㆍ명분손상” 판단/처리과정 김 총무 몰라… 여 의사결정구조 문제 노출/평민도 타법안 신경 신축 선회민자당이 12일 국회국방위에서 국군조직법을 일방 변칙통과함으로써 빚어진 파장은 13일 여권이 이번 임시국회서 이 법처리를 보류함으로써 표면상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야는 이와 함께 이날 총무회담에서 나머지 2개 쟁점법안인 광주보상법과 지방의회선거법을 정책의장회담에서 충분히 절충키로 합의,냉각된 여야관계도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권의 수습노력과 별도로 이번 국방위사건은 그동안 민자당이 견지해오던 대원칙을 뒤엎는 것인 데다 납득할 수 없는 절차상 잘못을 일시나마 감싸려 했다는 점에서 향후 여야관계에 깊은 주름살을 드리울 것 같다.

또한 민자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극히 불안정하고 무정형함을 드러냈다는 점은 향후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보인다.

○…김영삼최고위원이나 원내사령탑인 김동영총무등 민주계의 당지도부들이 사전에 변칙적 법안처리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이 이번 사건의 내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회기내 군조직법 통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나 김최고위원등은 민자당이 힘만 믿고 밀어붙이는 식의 법안처리엔 은근히 반대해왔다. 실제 군조직법의 실시시기를 당초 7월에서 10월로 연기한 배경엔 5월로 예상되는 다음 임시국회에서 이 법을 처리한다는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지금껏 당운영에서 뚜렷한 개혁색채를 내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당직배분등 눈앞의 몸차지에만 열중하는 것으로 비쳐온 민자당이 이처럼 국정운영의 「첫단추」부터 잘못 끼움으로써 당내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문제도 있다.

김최고위원등의 반발로 급한 불은 일단 껐지만 앞으로 당및 국회운영에서 불씨가 다시금 튀어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현실. 따라서 당지도부에 있어서 이번 사건은 여권내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안긴 셈이며 차제에 신당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최고위원들간의 청와대회담이 있기 직전 원내총무도 영문을 모르는새 사건이 벌어진 것은 민자당의 운영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줬으며 이에 따른 비난이 결국은 김영삼최고위원에 쏠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이번 사건의 처리결과가 한층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민자당은 대야관계에서 스스로 발목잡히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낳게 됨으로써 거여의 운신에 큰 제약을 받게된 것도 사실. 민자당은 군조직법의 경우 다소의 무리는 있겠지만 적당한 명분과 국민적 공감을 얻어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날 사건으로 모양과 명분 모두에 손상을 입었다는 게 민자당 관계자의 곤혹스런 입장이다. 때문에 민자당 관계자들은 지방의회선거법과 광주보상법 처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군조직법 개정안 변칙처리와 관련,13일 민자당의 통합추진위회의와 당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개운치 않다는 표정들.

민정계 의원들은 『다수의석을 지닌 여당이 언제까지 야당에게 끌려다니기만 할 것이냐』면서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일』이라고 애써 태연한 표정.

이에 반해 민주계는 가장 심한 반발과 불만을 나타내면서 유학성위원장을 「시대착오적 인물」이라며 「인책」까지 거론했고 공화계는 『수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은 신당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면서도 다분히 중도적 견해.

김영삼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서울 가든호텔에서의 방소단 조찬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스운 짓거리를 했다』면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김최고위원은 또 당사에서 열린 통합위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동영총무에게 『그 상황을 몰랐느냐』고 물었고 김총무가 『몰랐다』고 말하자 『그자리에 있으면서 그것도 몰랐느냐』고 호되게 질타.

김최고위원과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이 주재한 이날의 통합위에서 민주계의 박관용의원은 『시행일자를 늦춰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도 그렇게 무리를 해 국민에게 나쁜 모습을 보여줘야 했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

결국 통합위원들은 유학성국방위원장을 출석시켜 직접 해명을 듣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상오10시30분께 회의장에 들어온 유위원장은 『소위에서 사전절충을 벌여 여야간에 내용면의 대립은 없다고 보았으며 표결절차에서도 「이의없다」는 의견들이 많아 가결선포를 했다』고 설명.

하지만 민주계 의원들은 『법안의 원만한 처리라는 당지도부의 방침을 위배해 결과적으로 당의 이미지를 훼손한 점』을 지적하면서 「응분의 책임」론까지 주장.

○…평민당은 국군조직법 일방처리가 민자당이 일방적인 국회운영으로 치닫는 신호탄으로 보고 실력저지등의 극한투쟁을 모색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총무접촉을 통해 정책위의장회담을 통한 절충에 합의하는 등 민자당이 유연한 자세를 보이자 관심의 추이를 지자제선거법과 광주관련법의 협상가능성에 맞추기 시작했다.

평민당은 민자당이 두 법안의 회기내 처리를 공언한 만큼 절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또다시 「다수의 힘」을 사용하려들 것으로 보고 이 경우 실력저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평민당은 유학성위원장이 국군조직법을 「날치기」 처리했을 때 당황해 하면서도 민자당이 자충수를 두었기 때문에 평민당의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연장선상 위에서 평민당은 지자제선거법과 광주관련법의 경우도 민자당이 처리과정에서 또다른 자충수를 내지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보고 내부전열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13일 상오의 평민당의원총회는 민자당의 국군조직법 개정안 변칙처리를 비난한 뒤 이 법의 법사위및 본회의 일방통과및 다른 법의 변칙통과 저지에 총력을 집중키로 결론.

이날 의총은 김대중총재와 5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되었는데 국회전면 보이콧과 즉시 농성돌입 등의 강경주장도 제기됐으나 신축적 반응으로 의견이 접근.

김대중총재는 인사말에서 『국회에서는 날치기가 자행되고 청와대에서는 여당지도자들이 희희낙락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면서 『너무나 빨리 정권말기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 김총재는 이어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워나가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고 일전불사 의지를 밝힌 뒤 『그러나 성급한 행동보다는 지혜로운 대처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신중한 행동을 잊지 않고 당부.【이병규ㆍ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