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의 개혁ㆍ개방운동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의 앞길이 경제개혁과 소련내 민족문제에 달려있다고 말해왔다.어쩌면 고르바초프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던 민족문제가 「정면대결」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것같다. 스탈린이 히틀러와의 밀약에 의해 50년전 강점했던 리투아니아가 결국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로 새로 구성된 리투아니아의회는 11일 나라이름도 「소비예트사회주의」를 빼버린 「리투아니아공화국」으로 바꾸고,국가원수도 비공산당출신 란츠베르기스를 앉혔다.
이로써 리투아니아의 「주권회복」,즉 분리 독립은 힘에 의한 새로운 강점이 아니고는 사실상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긴 하지만,모스크바측이 어떤 방향의 대응책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리투아니아의 분리ㆍ독립선언은 바로 이웃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작년 5월 리투아니아와 함께 경제적 독립을 선언했고,이들 발트 3국은 8월에 2백만명이 참여한 「인간사슬」로 연결됐었다.
이론적으로도 모스크바측은 39년 스탈린과 히틀러의 밀약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시인한 이상,이들 발트 3국의 독립요구를 마다할 수는 없는 입장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15개의 독립공화국을 포함해서 1백29여개 민족을 얽어놓은 소련은 자칫 해체될 위기에 몰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등과 발트 3국이 가장 심각한 분쟁지역이다.
소련에서는 지금까지 대충 10여군데에서 민족분쟁이 전해졌다. 고르바초프가 리투아니아의 분리ㆍ독립선언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거대한 소 연방제국의 앞길이 달라질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재산권과 토지상속권의 인정으로 경제개혁의 기본적인 틀을 잡았지만 중앙집권적인 통제경제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경제개혁이 과연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 아무도 낙관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터지고 있는 민족주의의 불길은 고르바초프의 뜻대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모스크바의 시계바늘과 이들 억눌려온 소수민족들의 시계바늘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고르바초프는 50년동안 소련이 「투자」했다는 2백10억루블(3백40억달러)을 배상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밝혀졌었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리투아니아의 분리ㆍ독립을 받아들이는 대신,경제적인 사슬로 묶어두자는 흥정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소 연방내의 소수민족들에게 보다 큰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만 소련은 와해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분리ㆍ독립선언은 이러한 개혁과는 별도로 발트 3국의 분리ㆍ독립운동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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