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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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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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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에 통치자가 2명 있다면 누구나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최고집권자 외에 또 누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남미 칠레에는 내일부터 실질적인 통치권자가 2명으로 되게 되어 있어 무척 흥미롭다. ◆한사람은 내일 우리나라의 박준규특사(민자의원)등 각국의 경축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는 파트리치오ㆍ에일윈대통령이고 또 한사람은 대통령도 간섭할 수 없게 군통수권을 완전장악한 아우구스토ㆍ피노체트현대통령(내일부터 군총사령관)이다. 칠레 국민들로서는 난감하기 그지 없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17년간 군사정권을 이끌어온 피노체트는 참으로 끈질긴 독재자다. 중남미의 군사독재자들이 80년대 들어 민심의 이반으로 차례로 몰락ㆍ퇴장한 데 비해 앞으로도 법적으로 8년간은 칠레 국민과 민주주의의 숨통을 누르며 전횡을 계속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피노체트가 정치에 손을 댄 것은 군총사령관 때인 1973년 9월 좌경화한 아옌데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리면서 시작됐다. 집권한 뒤 그는 모든 정당을 해산하고 군정에 비판적인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등 지식인들을 체포 구금 고문 살해 추방 등의 방법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악명을 떨치던 피노체트도 88년 대통령직의 8년 연임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고 89년 12월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17개 야당 연합후보인 에일윈에게 잇달아 패했다. 이쯤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으면 정권을 깨끗이 내놓는 것이 순리지만 그게 아니다. 피노체트는 일찌감치 자신이 향후 8년간 대통령의 간섭을 일체 받지 않고 인사권과 예산권을 독단하는 군총사령관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군은 특히 비밀경찰과 치안경찰까지 휘하로 흡수하여 군권과 경찰권을 완전 장악한 것이다. ◆이리하여 누가 봐도 에일윈은 껍데기 대통령이 틀림없지만 칠레 국민들은 결국은 74세의 늙은 독재자(피노체트)도 국민의 민주화 열망으로 2∼3년내에 몰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는 칠레 국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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