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불가” 맨투맨 작전 채비 정/조직 총점검… 중앙서 지원도 문/여,정씨 불출마 계속 설득… 현지 관계자들 선택 고민대구 서갑 보궐선거(4월3일)가 선거일 공고(3월16일) 1주일을 앞두고 벌써 막전막후의 급박한 흐름을 타고 있다. 여권이 「비장카드」로 문희갑청와대경제수석을 공천자로 확정한 것에 맞춰 정호용 전의원도 사실상 출사표를 던져 구여권 실력자들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권은 이번 선거가 자신들의 심장부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단순히 자연인들간의 싸움이 아니라 결과에 따라 자칫 정치권력에 치명적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정씨의 불출마 설득을 계속한다는 입장.
그러나 정씨는 『지난해 말과 같이 중도포기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군생활 35년과 공직생활의 전부를 걸고 나의 명예와 지지자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태도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실제 정씨는 그동안 여권 고위인사와의 몇차례 접촉에서 출마포기설득을 단호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미 진지를 구축,지지자들과 함께 표밭갈이에 돌입한 상태. 때문에 9일 현지에 사무실을 개설한 문수석도 정씨의 불출마를 한가닥 기대하면서 한편으로 『전장에 나선 이상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이 어려운 싸움을 이겨내겠다』고 각오를 가다듬고 있다.
○…정씨 진영의 선거전 돌입은 지난 2일 정씨가 탈당선언을 한 직후부터 본격화돼왔다. 서구 내당동 황제아파트 정씨 자택에는 이른 아침부터 내방객이 줄을 잇고 있고 8일 평리4동 농협건물 3층에 1백여평의 새 사무실을 마련했다.
정씨측은 오는 16일께 선거공고가 된 뒤부터는 무소속 후보로서 갖가지 선거운동에 제약이 뒤따를 것을 감안,오히려 선거공고일 이전까지 기존세의 확장과 유지노력을 배가한다는 구상. 정씨 자신은 물론 부인 김숙환여사도 자택에서 그룹별로 지지자들을 만나 성원을 호소하고 있고 활동장급 이상의 구민정당 조직의 90%이상이 자신을 돕기 위해 사실상 탈당했다는 주장이다.
정씨 자신은 후보등록이 곧 출마선언이므로 별도의 입장표명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인데 무소속출마를 위한 추천인 서명도 끝낸 상태다.
정씨측은 최근 모기관의 승용차로 보이는 10여대의 차량이 번갈아 가며 정씨및 조직간부들의 동태를 미행감시하고 있다고 주장,차량넘버와 S씨ㆍK씨 등 이 지역 안기부요원의 이름까지 공개하고 있다. 정씨 자신도 8일 기자들과 만나 『조직간부들에게 기관에서 전화를 걸어 회유와 압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며 심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실정.
정씨 캠프는 이번 선거가 노태우대통령과 정씨의 대리전으로 비쳐지고 있는 점이 가장 못마땅하다는 태도.
정씨는 『민자당이 선거운동 방침의 일환으로 그렇게 여론을 몰고 가고 있으나 나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노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란 있을 수 없으며 단지 나를 정치인으로 만들어준 선거구민들의 주권회복과 내가 그들에게 진 빚을 갚으려는 것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수석이란 초중량급 「상품」을 내세워 집권여당의 수성이란 절대적 과업에 임하고 있는 민자당측은 서갑구의 구민정당원들의 이탈을 감안,대구ㆍ경북지부를 중심으로 공조직을 총동원,「포위망좁히기」 구상을 펴고 있다.
이도선중앙정치연수원장이 안찬희의원과 함께 현지에서 진두지휘를 담당,오는 12일께 당원교육을 계획하고 있으며 행정기관등 공조직을 통해서도 여론조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민자당은 우선 양진영간 조직등 현재의 세를 기준으로 볼 때 정씨측이 줄어드는 반면 문수석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는 만큼 오는 16일께까지 5대5의 백중세가 가능하리란 전망.
문수석은 9일 하오 평리4동 대구은행 서대구지점 2층에 선거사무실을 개소,전장진입을 개시했다.
더불어 문수석측은 일단 정씨의 불출마 권고작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중인데 문수석이 지난 8일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것을 요구,금명간 양자간 회동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질 전망이다.
민자당측은 무엇보다 정국안정과 3당통합의 당위성및 노대통령의 통치기반 확보라는 절대적 명분을 깊숙이 주입,대승적 선택을 호소할 방침.
문수석측은 이밖에 이른바 TK(대구ㆍ경북) 출신 정치인들 중 신현확전국무총리 이외에는 돋보이는 경제통이 거의 없다는 대목도 강조하면서 확실한 경제전문가를 정치권의 TK중심세력에 포진시켜야 한다는 점과 최근 이 지역에 설립된 대동은행 유치에 문수석의 역할이 컸음을 부각시키는 중이다.
문수석 진영은 다만 정씨에 대한 공격을 삼가는 겸손한 자세로 일관하면서 「슬기로운 선택」을 슬로건화할 계획인데 이 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한 2∼3개의 외곽조직과 문수석의 사조직인 「비슬회」가 지원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의 범여권인사들은 「정문」 대결에 따른 처신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수석이 민자당후보로 결정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사이에선 노대통령이 정씨의 입장을 헤아려 민자당후보를 내지 않거나 적당한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
즉 민자당후보의 비중에 따라 정씨의 이번 선거출마에 대한 노대통령의 의중을 감지할 수 있었으나 막상 문수석이 결정되는 것으로 태도결정에 혼선을 빚게 된 것.
더욱이 대구지역 기관장들중 상당수는 경북고 출신들로 5공시절 이들이 정씨로부터 직ㆍ간접적인 도움을 받았거나 인간적인 유대를 맺어왔던 터여서 곤혹감을 더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은 정씨의 거듭된 출마강행 의사표명에도 불구,학연ㆍ친분 등 각종 채널을 통한 불출마 종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박세직 전안기부장의 모친상 때 김윤환의원이 정씨와의 접촉을 시도했다는 후문이고 이원조의원도 몇차례 설득역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안의원이 정씨 자택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부인 김여사가 『불출마 설득이라면 만날 필요가 없다』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을 정도이며 이 자리에서 정씨는 『노대통령과의 면담이 왜 그렇게도 어려운가』고 따지기도 했다는 것.【대구=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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