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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헛돌기 시작했다”(소 옐친수기「고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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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헛돌기 시작했다”(소 옐친수기「고백」:중)

입력
1990.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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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심각… 희망 상실/정치국 회의는 「고」 잡담 투성이고르바초프는 객관적으로 보아 소련국내보다 국외에서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으며,인기도 더 있는것 같다. 외국에서 그가 환영을 받고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는 문득 마음에 걸리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것은 고르바초프가 그같은 열렬한 환영을 받은후 어려운 문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여있고 각종 모순으로 가득찬 이나라에 돌아오지않으면 안된다는것이다. 소련에서는 흥분에 들떠 「고르비」(고르바초프의 애칭)를 외치는 군중은 단 한명도 없으며 이나라에 존재하는 것은 외국과는 전혀 다른 냉엄한 현실 뿐이다.

1985년 4월 고르바초프 정권이 탄생한 다음달로 눈을 한번 돌려보자. 당시 사람들은 현실주의적 정치가로서 고르바초프를 믿었고 새로운 이념에 따른 그의 외교정책을 받아들였다. 더이상 오랜기간에 걸친 과거의 생황방식이나 작업의 방법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명약관화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옛날의 방법이 그대로 계속되어온 것은 「국가의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대단히 안된말이지만 「페레스트로이카」(개혁)라는 수레바퀴는 헛돌기 시작했는데,사실 페레스트로이카라는 말은 철학자 칸트의 저서에 이미 등장했던 용어이며,「글라스노스트」(정보공개)나 「우즈칼레니에」(작업의 촉진)라는 말도 1백년전부터 이미 사용됐던 용어들이다.

소련에서는 최근4년간 특히 경제적인 상황이 심각해져 오늘의 우리들은 이젠 내일이라고하는 날에 대해 더이상 희망을 갖지않게됐다. 고르바초프의 가장 허약한 점은 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야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이제 그문제점이 똑똑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중앙위원회서기가 된후 곧 정치국원 후보가 됐던 시절로 얘기를 돌려보자. 당시 나는 그때까지 살아왔던 세계와는 전혀다른 세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정치국의 모든 회의와 때로는 중앙위원회 서기국의 회의에도 참석했다.

정치국의 회의는 매주 목요일 상오11시부터 시작해서 끝나는 시간은 하오4시 또는 5시,늦으면 7시·8시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점에서 회의는 브레즈네프시대와는 전혀 달랐다. 브레즈네프시대에는 언제나 안건의 초안이 준비돼있어 대개 15분내지 20분으로 끝났다. 브레즈네프는 『반대의견은 없습니까』라고 묻곤했지만 반대의견은 없었기때문에 정치국은 곧 산회하곤 했었다. 당시 브레즈네프는 자신의 취미인 사냥외엔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브레즈네프는 죽는순간까지 꿈 속에서 살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시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정치국원들은 회의시작전 한방에 전부 집합해있는 반면 정치국원 후보와 중앙위원회 서기들은 회의장밖의 홀에서 일렬로 줄을 지어 서기장을 비롯한 정치국원들의 도착을 기다린다.

서기장에 이어 나머지 정치국원들이 서열순으로 회의장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한다. 정치국원의 순위는 고르바초프가 맨앞에 서고 다음이 그로미코,리가초프의 순이었으며 그 이하는 알파벳순서이었다.

악수가 끝나면 전원은 데스크의 양쪽에 앉게되는데 데스크의 윗자리에는 교차하는 또하나의 데스크가 있어 여기에 의자인 고르바초프가 착석한다.

어떻든 정치국회의의 개회가 선언되면 고르바초프는 그날 토론될 의제에 대해 의견이 있는가를 묻는 법이 없이 자신에 관한 잡담으로부터 회의를 시작한다. 예컨대 어디서 무엇을 보았다든지,모스크바거리가 어떻다든가 하는 얘기다.

나는 당시 모스크바시 당제1서기를 겸하고 있었는데 이같은 얘기는 1년째가 될때까지만도 없었으나 2년째에 접어들면서 두드러져 꼭 『모스크바시에서 무엇이 어떻다느니,그것은 마음에 새겨야한다』느니 이런식의 화제가 많았다. 아마도 고르바초프는 내기분을 망가뜨리기 위해 이같은 화법을 구사했는지도 모른다.

회의가 안건의 심의에 들어가면 가령 각료의 인준에 관한 안건일 경우 각료 후보들은 예외없이 정치국에 호출돼 회의석의 연단 가까운 곳에 서서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들은 하나같이 의미가 전혀없는 내용들로 후보입장이나 일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 아니고 후보의 목소리를 듣기위한 것으로 착각될 정도인데 보통 후보의 각료인준은 5∼7분정도면 모두 끝난다.

정치국회의의 비능률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정치국회의에서 심의될 의제의 자료 배포이다. 자료는 때에 따라서는 1주일전에 배포될 때도 있으나 대개 1∼2일전이 보통이다. 어떻게 이나라 국민생활의 기본계획에 관한 문제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연구할 수 있겠는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야될 부문도 많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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