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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여당 「신사고」 어디 갔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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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여당 「신사고」 어디 갔나(사설)

입력
1990.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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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통합­거대여당 출범이후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어온 말가운데 하나가 신사고 였다. 신사고에 의한 개혁의지의 부단한 실천이 거여의 구조하에서는 능률적으로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대국민설득의 기조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나 거여출범후 그 주변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가지 현상들,특히 그 가시적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 국회운영등에서 지금까지 나타난 것을 기준한다면 그것은 어김없는 실망감이다. 그들 스스로가 약속했던 것처럼 신사고의 실천이란 찾아볼 길 없이 무방향의 「하루벌이」 정치판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당초 민자당이 공언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기대하는 국회활동은 이러했다. 우선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나라가 안팎으로 처하고 있는 위치와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한편 조그만 국민의 목소리도 귀를 기울여 성실하고 진지한 의정활동을 통해 국정에 반영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요즘 임시국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민자당의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개회전에 우리들이 우려했던 거대여당의 버려야 할 병폐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느긋함이라고 할까,나태라고나 할까,불성실과 왜곡된 자세등이 도처에서 눈에 띄고 있다. 즉 대정부 질문때의 본회의장에 이어 여러 상임위가 민자당의원들의 이석으로 텅텅비어 국회직원들이 의원들을 찾아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지는가 하면 상임위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자료요청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 귀를 의심케 한다. 특히 엊그제까지 산더미같은 질의공세나 자료요청을 했던 민주계의원들 마저 이렇다는데 놀라움을 더하게 된다.

야당에서 갑자기 여당으로 바뀌었다고 벙어리가 된 것인가. 아니면 여당의원은 가급적 질문을 하지않는 것으로 착각한 것인가,아니면 여당이 돼 보니 우리국정에 별문제가 없더란 말인가,그렇지 않으면 과거에 질의공세를 편것 자체가 그야말로 쇼였던가. 국민들의 소박한 생각은 여당 특히 거대여당이 될수록 혹시나 행정부의 고삐가 풀어지는 것을 막기위해서도 시정을 더욱 날카롭게 추궁하고 채찍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료요청만 해도 그렇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있어 자료는 그야말로 에너지나 다름없다. 자료요청을 않는 것은 곧 의원활동을 포기한다는 뜻과 같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여러문제들,특히 중요의안에 대한 사전토론과 의견조정의 결여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회선거법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정치의안들은 이번 국회의 최대쟁점이며 거대여당으로 새국회를 실험하는 기본자료가 아닌가. 이들 법안은 과거 민정ㆍ민주ㆍ공화등 3당의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단일안으로 조정,국회에 낼때에는 반드시 정책기구­의원총회의 충분한 난상토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3당을 대표하는 간부들끼리 모여 조정,제안하는 자세야말로 구습구태를 재현한 것이다.

긴 얘기 할것없이 민자당은 신사고가 무엇인지를 남은 국회회기의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당이 성형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겠지만 그것은 이젠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날 민자당에는 주인의식,국정의 1차적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느낌이다.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그날의 원내활동을 평가,반성하고 다음날의 계획을 진지하게 토론해서라도 당의 모양을 속히 갖춰가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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