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쓴 칼럼 「휴지 반장」을 읽고 미국의 독자 명희ㆍ메이어씨가 편지를 보내주었는데,그 내용은 요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일보사가 벌이고 있는 「사랑의 쌀나누기」운동과도 연관이 있다. 그 편지를 여러분과 함께 읽고싶다.<… 저는 결혼한 후 미국에 살고있는데 「휴지반장」을 읽고나니 고국의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서 펜을 들었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어머니는 밥을 지을때마다 쌀을 씻기전에 한움큼씩 덜어서 부엌에 매달아 놓은 자루에 담곤 하셨습니다. 그렇게 따로 쌀을 모았다가 불쌍한 이웃,동냥오는 거지에게 얼마씩 퍼주셨고 또 어린 우리들이 떡을 먹고싶다고하면 반드시 따로 모은 그쌀로 떡을 해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가족들이 먹을 쌀에서 한웅큼씩 덜어낸 쌀,그만큼 밥의 양을 줄여서 이웃을 도우시던 그마음이 그리워집니다. 아이들이 먹을 떡쌀조차 쌀독에서 펴내기를 삼가셨던 한국어머니의 정신이 지금도 살아있을까요.
어머니는 또 온가족 양말과 내의 등을 기울수 있을때까지 기워서 입히셨고,질나쁜연탄이 타다가 꺼지면 어떻게든 남은 부분을 마저 태워보려고 땀을 흘리셨으며,신문이나 포장지는 한장도 그냥 버리지 않으셨고,우리가 마지막까지 짜서쓴 치약을 버리면 다시주워서 가위로 잘라 한번이라도 더 쓰셨습니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않았던 저는 어느덧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어머니의 근검절약을 흉내내는 제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버린 치약을 주워서 가위로 잘라 한번이라도 더 쓰고,구멍난 양말과 내의를 꿰매어 입히고,너무 닳아버린 양말은 밑을 잘라 삭스양말로 신고,집에 배달돼 오는 불필요한 우편물을 모았다가 아이들 글씨연습종이로 쓰게 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니 부모의 근검절약을 옆에서 못마땅해하던 자녀들도 결국은 부모를 보고배우게 되나봅니다.
어머니는 혼자몸으로 6남매를 키우셨고 아직도 시어머님을 모시면서 여전히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크게 남을 도울힘은 없지만,쌀한줌을 덜어내어 모아두었다가 끼니를 굶는 이웃이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보내주시던 어머니… 그렇게 사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이 주신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저는 천주교신자이면서도 아직 남을 도운일이 없으니 부끄러울 뿐입니다.… >
그는 전형적인 한국어머니의 모습,부엌에 따로 걸려있던 쌀자루의 정신을 그리움으로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의 쌀나누기 운동속에서 그 아름다운정신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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