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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야당(장명수칼럼: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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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야당(장명수칼럼:1344)

입력
1990.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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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후 달라진 것 중의 하나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눈에 띄게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경쟁하는 4당구조아래 덩달아 예민해졌던 국민감정이 무뎌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ㆍ부정이 엇갈리기도 한다.긍정론을 펴는 사람들은 4당구조의 갈등이 사라지고 힘있는 여당이 출현함에 따라 많은 국민이 정치안정을 실감하게 되었으며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정치열기가 자연히 누그러진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에비해 부정론자들은 당위성을 인정할 수 없는 3당통합으로 충격을 받은 국민들이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져 정치를 외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뜨겁고 날카롭고 때로는 자기희생 마저 불사할만큼 용감하던 한국인의 정치의식은 지금 고열을 약간 식힌 채 앞으로의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거대여당으로 부상한 민자당,「소야아닌 강야」임을 주장하는 평민당,부산집회로 만만찮은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 민주당에 대해 국민은 당장의 논평을 유보한 채 그들이 하는 일들을 지켜보는 중이다.

이런 시점에서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공동조사한 정치지표 조사결과는 흥미로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20세이상 남녀 1천5백명을 대상으로한 그 조사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정당」은 민자당 34.9%,신야당(민주당)20.1%,평민당 17.9%,진보정치연합 4%의 순서로 나타나 있다. 이와별도로 각 정당에 대해 「호감이 간다」 「호감이 가지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을 보면 민자당 37대44.1%,평민당26.4대 54.6%,신야당 41.2대 33.2%,진보정치연합 16.2대 40.3%로 신야당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호감이 가지않는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현역의원이 7명에 불과한 신야당에 대한 국민감정이다. 신야당에 대한 호감도는 평민당을 앞질렀고,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비율은 가장 낮다.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정당에 대해 국민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호감을 보내고 있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신야당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은 고학력층(대재이상 31.9%)이 많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물론 이처럼 높은 호감에 대해 고무되는 것이 당연하나,기뻐하기에는 이르다. 그 호감은 실체를 향한 감정이 아니고 가상의 야당을 향한 감정이란점을 모든 정당들이 직시해야 한다. 반민자,반평민,반진보의 성향을 가진,고학력층이 많이 포함된 그룹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신야당의 저력을 희구하며 신야당을 키워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특히 평민당은 왜 많은 사람들이 「현존하는 야당」이 아닌 「가상의 야당」을 향해 호감을 느끼는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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