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소련의 교류관계가 예상된 대로 상당히 빠른 발걸음으로 진전돼가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소련으로부터 원자력발전 연료로 농축우라늄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앞으로의 두 나라 관계에 상당히 큰 진전이 있을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잘 알려진 것처럼 우라늄은 가공하기에 따라 핵무기가 될 수 있는 전략물자이다. 한국과 소련 두 나라가 함량 3.5%의 농축우라늄을 사고 팔기로 결정한 것은 우선 크게봐서 탈냉전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측이 들여올 농축우라늄은 10년 장기계약으로 한해 40톤 가량으로 돼있다. 앞으로 실무협상이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1㎏의 값을 6백∼7백달러로 친다면 한해 2천4백만에서 2천8백만달러짜리 거래가 된다. 여기에다 소련측은 30%선의 대응구매로 한국제 전기제품을 산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이 흥정은 소련이 앞으로 핵무기원료용의 우라늄을 세계의 원자력발전 연료시장으로 돌릴 작정임을 암시하고 있다. 세계의 우라늄시장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우리로서는 꽤 흥미있는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 호주 프랑스에서 우라늄정광을 들여다가 미국과 프랑스에서 가공해 공급되는 우라늄연료는 지난해의 경우 국제시세의 2배 값이었다. 짧게는 95년이나 96년,길게는 2015까지 장기계약에 따라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
결국 소련으로부터의 농축우라늄 수입은 우라늄 수입선 다변화와 수입조건 흥정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 소련으로서도 필요한 고객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요한 전략물자였던 우라늄의 거래는 두 나라의 정치ㆍ경제적 교류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대응구매와 10년 장기공급계약임을 감안할 때 두 나라가 앞으로 안정적으로 교류관계를 발전시킬 입장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련이 아직은 정치ㆍ경제적 분리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서울측은 「연내수교」의 전망을 표명하고 있다. 우라늄 장기수입도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 보탬이 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우리의 소망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긴장완화를 위해 소련과의 교류관계 확대,특히 국교수립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관계발전이 우리측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소련은 여전히 평양측에 「기득권」을 갖고 있고,그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로서도 지난해 소련과의 교역량은 미국과의 교역량의 1.6%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적인 탈냉전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합리적인 대응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