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측근 특파… 기존탈피 「제3의 주의」모색【뉴스위크 3월5일자 본지독점】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주요원칙들을 대신할 마땅한 대체 모델을 찾지못해 애태우고 있는 동구권의 눈길이 북구의 복지국가 스웨덴에 쏠리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바츨라프ㆍ하벨 대통령,알렉산데르ㆍ두브체크 국회의장 등 많은 동구개혁파 지도자들이 스웨덴식 경제체제에 동경을 표했으며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측근을 특파,스웨덴경제를 연구토록 했다.
동구권의 이같은 「스웨덴 학습」열기는 아직 인류가 찾아내지 못한 제3의 발전방안,즉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길」에 대한 모색과정에서 스웨덴식 경제체제가 그 가능성을 보인다는데 따른 것이다.
동구의 입장에서 볼때 스웨덴 경제는 여느 자본주의 경제와 다르다. 케인즈 혁명으로 고전적 자본주의의 혹독함은 많은 나라에서 사라졌다고 하나 대부분의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이 여전히 사회적 가치를 외면한 시장원리에 운명을 맡기고 있는 반면,스웨덴은 「인간의 얼굴을한 자본주의」를 실현하고 있는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결국 「인간의 얼굴을한 사회주의」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구권의 모색이 고도의 생산성과 인간성회복의 결합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스웨덴은 자본주의의 개선을 통해 어느정도 그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고 아발킨 소련 부총리등은 지적한다.
스웨덴이 부러움을 사는것은 높은 생활수준과 거의 완벽한 사회보장제도 때문이다. 스웨덴 경제는 볼보자동차가 세계를 누비는데서 상징되듯 탄탄한 성장을 계속해 왔으며 한때 세계최고의 1인당 국민소득을 자랑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전체 스웨덴 경제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동구가 보기에는 꿈같은 일이다.
특히 1.4%에 불과한 실업률은 사회주의의 완전고용 이상에 잘 부합된다.
무엇보다도 말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기본적 삶을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제도는 평등주의와 공동체적 삶이라는 사회주의 이상이 제대로 구현된 형태다. 이를 위해 스웨덴은 최고 72%의 소득세를 물리는등 강력한 조세정책을 시행해왔다. 최근들어 조세정책의 완화로 세부담이 경감되고는 있으나 아직도 국민총생산(GNP)의 56%를 세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국유화율이 다른 서구국가의 평균에도 못미칠 정도로 시장지향적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력한 분배정책을 실현하는 스웨덴 경제의 특징은 「기업을 국유화한 것이 아니라 가계를 국유화한 경제체제」라는 우파야당의 비난속에 오히려 고스란히 살아있다.
스웨덴 경제에 대한 동구의 선망은 곧 지난 58년동안 52년간을 집권하면서 세계 사회민주주의 운동을 주도해온 사민당에 대한 부러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폐기하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한 동구의 개혁좌파정당으로서도 스웨덴 사민당은 어둠속의 등불이 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웨덴이 동구의 이상향으로 비쳐지고 있는 현상황은 대공황기 스웨덴이 자본주의의 이상향으로 간주되던 것과 한치도 다름없다. 36년당시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마르키스ㆍ차일즈의 「중도」가 지적했던 스웨덴 경제의 장점은 ▲자유경쟁 ▲완전고용 ▲강력한 소득재분배 ▲긴밀한 노사협력 등으로 바로 지금 동구의 개혁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20세기 양대체제의 대전환기에 똑같이 스웨덴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다만 스웨덴의 복지정책이 후퇴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사민당의 인기도 절정기를 지난 이 시점에서 번지고 있는 동구의 스웨덴 학습 붐은 때늦은 감이 없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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