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의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사회복지제도가 두루 갖춰진 번영과 축복의 나라라는 막연했던 환상은 도착후 음산한 잿빛날씨와 함께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여러곳을 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차츰 이곳이 분명 우리보다 앞선 복된 나라이긴 하지만 몇가지의 문제도 안고 있음을 감지할 수가 있었다.가장 우리와 달리 느껴졌던게 이 나라에서는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배고픔을 모르는 복지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출산ㆍ양육ㆍ교육 등 사회보장제도가 너무 갖춰져 있게이 되레 우리와 같은 부모 자식간의 끈끈한 정이 발붙이기 어렵고,실업수당과 완전고용 등으로 밥걱정을 않기에 우리와 같은 악착스러움이나 일에 대한 지나친 의욕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됐던 것이다. 그 처럼 잘사는 나라에서 술꾼들이 많이 생기고 자살률도 가장 높다는 소리를 듣곤 참으로 세상에서 모든게 두루 갖춰진 완벽한 나라는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그 나라 북극권의 한 철광석 광산에서 작업현장을 안내하던 부사장이 게으름을 피우는 근로자들을 보면서 『차라리 우리보다 못사는 당신네 나라의 근면과 활기가 지금은 부럽다』고 푸념했던 것도 생각이 난다.
또한 그곳 사람들 모두가 세계첨단의 기술집약형 산업을 자랑하면서도 소득의 70%에까지 이르는 세금노이로제에 걸려 개인적으로는 근면과 저축정신을 차츰 잃어가거나 세금적게 낼 생각에 골몰하던 모습도 역시 복지병의 한 증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데 스웨덴의 이같은 복지형 시장경제체제 모델이 오늘날 스탈린식 사회주의체제 붕괴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동구권으로부터 그들이 지향할 이념의 오아시스로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근착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체코의 하벨 대통령과 두브체크 의장 등이 스웨덴형 사회주의형태에 찬사를 보내고 있고 소련의 고르바초프 마저 수석경제고문 아발킨을 스웨덴에 직접보내 제도를 연구케 했다는 것이다.
그곳에 갔다온 아발킨은 『많은 나라들이 효율적인 경제제도를 갖고 있지만 스웨덴은 효율성과 사회적 동기를 화합시키고 있다』고 말했고,두브체크도 『사회주의를 많이 거론치 않으면서 많은 이념을 성취했다』고 찬사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들의 찬사란 그들 공산권이 경제적 몰락 앞에서 자본주의체제의 번영을 인정 않을 순 없지만 어디까지나 사회주의의 재해석을 통해 그 수렁을 벗어나려하고 있고,그래서 복지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체제를 오아시스로 여긴다는 뜻인것 같다.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 스스로는 그들의 성공을 사회주의 탓이 아니라 모든게 사유화된 자유시장 경제의 덕으로 돌린다. 그리고는 복지병에서 초래된 생산력과 근로의욕 저하라는 우려할만한 징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충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세상에서 완벽한 이념과 제도의 오아시스는 정말 찾기가 어려운 것만 같다. 절대논리를 펴온 공산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스웨덴 체제를 오아시스로 여겼으나 정작 그 나라는 그 체제에서 비롯된 복지병에서 또 벗어나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지금 께층간의 갈등이 있고 위기소리도 높다. 근로의욕과 생산력을 계속 높이면서 복지도 아울러 갖춰가는 균형잡힌 자유경제와 그 운영의 슬기를 모두가 오아시스를 찾듯 지금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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