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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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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이 행한 게티즈버그연설의 마지막 명구다. 3분도 채 안되는 짧은 연설이면서 민주주의 정신을 가장 간결하고 적절하게 표현한 이 명연설도 햇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 남북전쟁의 격전지인 게티즈버그의 싸움터에 국립묘지를 만들고 전사자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식전을 거행하게 됐다. 1863년 11월19일이다. 행사준비위원회는 기념연설자로 에드워드ㆍ에베레트를 선정했다. 그는 하버드대학 학장ㆍ매사추세츠 주지사ㆍ주영대사ㆍ국무장관을 지낸 고전학자로,당시 미국 지성을 대표할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행사위의 한 위원이 대통령인 링컨에게도 인사말이나하게 초청하자는 의견을 냈다. 백악관에 초청장을 보냈더니 승낙한다는 답신이 왔다. 행사 당일,장송가와 영령추모기도에 이어 연설대에 오른 에베레트는 장장 1시간57분에 걸친 대연설을 했다. 지루한 연설에 지친 청중들이 웅성대는 사이에 합창대가 찬송가를 노래한 다음,링컨이 연설대 앞에 섰다. ◆링컨은 2장의 연설원고를 주머니속에서 꺼내놓고 연설을 시작했다. 청중들은 링컨의 큰 키,움푹 들어간 눈,텁수룩한 수염,주름투성이인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사진기자들이 촬영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에 링컨은 연설을 끝내고 내려왔다. 다음날 신문들은 에베레트의 연설만 대서특필했다. 링컨 연설은 아예 싣지도 않았다. 링컨의 연설내용에 위대한 뜻이 담긴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1백27년전에 있었던 게티즈버그연설의 뜻은 이제 링컨의 예언 대로 이 지구위를 뒤덮고 있다. 동구를 휩쓸었고 중미ㆍ아프리카에까지 미치고 있다. 다만 아직도 김일성부자만의 천국인 우리의 북녘땅에 이 명구가 스며들 날이 미지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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