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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대책」,보다 본질 접근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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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대책」,보다 본질 접근을(사설)

입력
199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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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이구석 저구석에서 삐걱소리가 연거푸 들리고 있다. 한 때 세상을 요란하게 했던 화염병과 최루탄의 소동과는 다른 마찰과 사건ㆍ사고의 소리다.이와함께 지금 한국에는 「특별」이라는 머릿말이 붙는 조직과 행정조치가 줄 잇고 있다. 특별단속이 아니면 특별대책반이 삐걱소리가 날 때마다 구성되고 발표되고 있다.

요즈음 세상을 불안하게 하고있는 인신매매에다 마약에다 조직폭력 같은 새로운 형태의 범죄들을 우리는 「민생범죄」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검찰청에는 「민생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라는 소위 민생특수부가 생겼다. 넉달 뒤인 6월에는 경찰과 공무원 8만3천명을 투입해서 전국에서 24시간 민생사범을 단속 하겠다는 정부발표가 있었다. 일종의 「전면전 선전포고」다. 이어서 검찰은 11월말 『전 검찰력을 총동원 해서』 민생범죄를 단속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형사범죄만은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울을 주로한 대도시에서 전세값이 뜀박질을 시작한 것은 사실 인신매매나 조직폭력보다 더 큰 사회적 불안을 몰고 오는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몇십퍼센트 아니면 갑절로 전세값이 뛰자 당국은 뒤늦게 나섰다.

뒤늦은 대책이란 국세청이 「부당 임대료 신고센터」를 전국 6대도시의 일선 세무서에 만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당 임대료를 내라는 집주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니까,말하자면 「국세청판 민생특수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했더니 이번에는 또 검찰이 부동산 투기단속에 나섰다. 건설부 국세청 치안본부 서울시 등 관계부처와 함께 부동산투기 합동단속본부를 만들어 투기가 없어질 때까지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런가 했더니 「경제난국 극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첫 회의를 가졌다. 정부측의 조순 부총리와 민간측의 신태환 학술원 회원이 공동의장으로 돼 있는 합동조직이다.

민생치안이건 전세파동이건 경제난국이건 관계당국은 「특별히」 눈을 부릅뜨고,「행정권」이라는 몽둥이를 집어들고 일어선 꼴이다. 그러나 경찰을 비웃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온 「도깨비불」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고,수배중인 폭력배는 특별배치된 6명의 경찰관을 따돌리고 애인을 끌고 갔다.

국세청의 엄포가 대도시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셋방ㆍ셋집살이 가구들을 얼마나 보호해줬는지 아무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또 경제난국 극복위가 올들어 두달째 심상치 않게 치솟는 물가와 무역적자와 쓸개빠진 과소비를 과연 풀어줄 수 있을 것인지 확실치 않다.

결국 불길이 치솟은 다음에야 대야에 물을 담아 뛰어가는 특별단속이나 합동대책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말하자면 병이 깊어서야 해열ㆍ진통제를 쓰는 「아스피린 요법」이요,전시행정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늘 우리의 상황은 소나기식 특별단속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과 정치는 뒤늦게 몽둥이 찜질식과 원리ㆍ원칙대로 굴러가도록 평소에 길을 닦아주는 기본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특히 행정은 정치의 압력에 따라 갈팡질팡하지 말고,가야될 길을 흔들림 없이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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