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71주년인 1일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김구선생 등 선열 일곱분이 모셔진 효창공원은 쓸쓸했다. 간간이 1∼2명씩 찾아와 묵념을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참배객은 평소보다 더 적었고 각 묘소에는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꽃다발만이 놓여 있었다. 단체참배나 추념식따위의 기념행사는 전혀 없었다.3ㆍ1절 전날인 28일 하오4시30분께는 더 한심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정문 오른쪽에 임시정부의 이동녕초대주석,조성환군무부장,차리석비서부장 등 임정요인 세분이 안장된 묘소로 오르는 길을 아버지와 딸이 개를 끌고 가고 있었다.
관리인 조영철씨(57)가 『이곳이 어떤 곳인데 개를 끌고 다니느냐』고 막자 개가 컹컹 짖어댔다. 부녀는 이상한 사람도 다 본다는 표정인채 계속 개를 끌고 다녔다.
맞은편 효창운동장에서는 축구경기도 없는데 시끄러울 정도로 유행가 「얄미운 사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씨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시의 1차 정비공사로 묘역은 단장됐지만 후손들의 행동은 여전히 낯을 뜨겁게 한다.
철책을 넘어온 아이들이 김구선생묘의 봉분위에서 뛰어노는가 하면 임정요인묘소의 상석에 오징어 안주를 펴놓고 소주를 마셔대는 어른들도 있다.
부모들도 아이들의 행동을 말리기는 커녕 나무라면 자식편을 들어 대든다.
88년5월 시민들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어린이 1백원 어른 2백원이던 입장료를 없앤 뒤부터 이곳은 부랑인들의 휴식처가 돼버렸다. 여름이면 벤치에 누워 하루종일 자는 사람도 있다.
올해에도 서울시는 3억7천5백만원을 들여 의열사앞에 출입문격인 내삼문을 세우고 주변에 돌담장을 치는 한편 각 묘소 주위에 나무울타리를 두르기로 했다. 또 문화부와 협의,기념관을 세울 계획이다.
묘역에는 곧 파릇파릇한 잔디가 청사에 빛나는 선열들의 의기처럼 다시 돋을 것이다.
그러나 잔디가 새로 돋고 주변이 아무리 단장된들 무엇하랴. 후손들의 지각없는 발길은 또 그 잔디를 마구 밟을텐데.<이광일기자>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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