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질없는 남북의 「장벽」 공방(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질없는 남북의 「장벽」 공방(사설)

입력
1990.03.02 00:00
0 0

남북한 관계에서 시급히 철거해야 할 것은 오래 쌓인 적대의식과 증오감이다. 마음만 열면 접근과 이해는 빠르게 이뤄지리라 기대된다. 남북분단의 벽은 허물어 내릴 것이 없으며 열고 열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 남북을 가로막는 베를린장벽같은 것은 휴전선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남쪽의 콘크리트장벽을 허물라는 북의 주장은 실로 부질없는 입씨름에 지나지 않는다. 불신만 가중시키는 소모전에 불과하다. 동ㆍ서독은 합하려는 노력이 바쁜데 우리는 왜 자꾸 딴길이 아니면 뒷걸음질이나 하려는지 답답할 뿐이다.

동유럽의 급변을 틈타 북한이 콘크리트장벽을 걸고 넘어지는 것을 애당초 의연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차용 콘크리트벽은 군사적 대결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방어용을 두고 떠들 이유가 없었다.

소련 외상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이 혼선을 빚어내고 우리 정부는 대전차방어벽을 공개하는가 하면,소련 언론의 방한 취재도 허용했다. 숨길 것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장벽의 논란은 남북관계의 미숙성과 편협한 선입관을 또한번 드러나게 하였다. 독일은 있는 장벽도 허물어내는데,우리는 오히려 없는 장벽을 쌓고 있는 기막힌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래서야 신뢰구축이 어떻게 가능할지 어두운 느낌이 엄습하는 것 같다.

남북의 분단을 굳히는 장벽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베를린과 같은 장벽은 아니라는 것이다. 분단의 벽은 바로 적대감과 불신임은 누구라도 쉽게 깨닫는 바다. 여러 갈래로 전개된 남북대화의 과정과 결과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아직까지 우리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화와 교류가 막혔는데 어떻게 마음과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겠는가.

벽을 허물자는 주장이 어느 쪽에서 나오든 우리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선 그 벽의 정체가 적대와 불신이라는 인식을 하루빨리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의 생트집에 좀더 초연할 필요가 있다. 콘크리트벽이 있고 없음은 실체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바탕에서 증오를 해소하고 신뢰를 쌓는 가시적 결과를 하나만 얻어내면 남북관계는 급진전을 보이리라는 기대가 넘친다.

장군멍군식의 낡은 선전과 대응은 이제 배제될 때가 되었다. 무력의 위협이 억제되면 그나마의 대전차용 장애물 따위도 저절로 무용지물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마음의 길을 트면 휴전선쯤은 일시적 분계선으로 쉽사리 탈바꿈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어느 누구의 현지답사도 망설일 까닭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상을 보면 허상을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변화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마음의 벽을 얼마나 빨리 허물고 길을 여느냐에 따라 통일문제의 전개가 확연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더이상의 선전전과 소모전은 지양되어야 한다. 신뢰의 조성만이 화해의 농도를 진하게 해줄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하는 바이다. 미움은 벽을 쌓고 믿음은 길을 열어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