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가라 저리가라”미루다 26시간후 겨우 신고확인서/연대 재학 서독인 소아혜씨서울에 와있는 외국유학생이 손가방을 도난당한 사실을 신고하기 위해 경찰서 파출소 4군데를 헤매고 찾아다닌끝에 26시간만에야 신고를 마쳤다. 한국에 온지 2년7개월이 넘는 이 외국인은 『한국말을 잘 하는 나도 이런 곤욕을 치렀는데 말이 안통하는 외국인들은 오죽할까』하고 혀를 차고 있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아시아학과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서독유학생 소아혜씨(28ㆍ여ㆍ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06의4 아파트 102호ㆍ독일명 Stefanie UㆍSchumacher)는 지난달 25일 같은 아파트에사는 한국인 친구 이혜수씨(29ㆍ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손가방을 도난당했다.
이날 하오1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목화예식장 2층 성실홀에서 결혼식을 마친 신부와 사진을 찍고 좌석으로 돌아와보니 손가방이 없어졌던 것이다.
손가방에는 현금 15만원과 비자카드 외국인체재증명서 국제운전면허증 학생증 등 중요한 증명서가 모두 들어 있었다.
도난사실을 알리자 예식장경비원은 몇군데 전화를 걸어보고 『외국인대상범죄는 용산경찰서 담당이니 그리 가서 신고하가』고 알려주었다.
소씨는 어렵게 택시를 잡아타고 용산경찰서로 달려갔으나 사건발생지역이 강남구이니 강남경찰서나 서초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접수를 하지않고 『오늘은 일요일이라 직원들이 없을테니 내일 찾아가는게 좋을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할수없이 집으로 돌아온 소씨는 다음날 상오10시께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고 이씨와 친분이 있는 용산서 최모경장(40)에게 전화를 걸으니 거주지역파출소에 신고하라는 말을 듣고 상오11시께 이태원2동 용리파출소에 찾아갔다.
그러나 직원들은 몇군데 전화를 건 뒤 『목화예식장은 남삼로파출소관할』이라며 남삼로파출소로 떠넘겼다.
소씨는 화를 참으며 이날 하오1시께 남삼로파출소를 겨우 찾아가 신고를 했으나 그것으로 끝난것이 아니었다. 파출소측은 소씨를 다시 서초경찰서 보안계로 인계했다.
소씨는 도난발생후 24시간이내에 도난신고확인원을 떼지못하면 신용카드 재발급에 8만원이 들기 때문에 무척 초조했다. 서독정부의 월장학금 38만원중 15만원을 아파트 월세값으로 내고 23만원으로 살아가는 소씨에게 8만원은 큰 돈이었다.
도난신고확인원을 신속히 떼어달라고 요구하는 소씨에게 서초서 보안계직원은 『남삼로파출소에서 신고 확인원을 받아오라』고 말했다. 소씨가 도저히 참지못하고 화를내자 신고를 받은 뒤 형사계로 보내 하오3시30분이 돼서야 확인원을 발급했다.
겨우 신고를 마친 소씨는 이날저녁 한국말이 서툰 스위스인 마리오씨(29ㆍ엔지니어) 등을 집으로 불러 『여권 등 중요한 증명서는 항상집에 두고 다니고 현금만 도난당했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고 절차도 까다로우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주었다.
소씨의 손가방은 다행히 그 다음날인 27일 돌아왔으나 현금은 이미 없어졌고 경찰이 찾아준것도 아니었다. 목화예식장 직원이 각종 증명서만 남은채 버려진 손가방을 주워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인 딸(27)을 통해 전달해준 것이다.
소씨는 답례로 초콜릿을 예쁘게 포장해 선물했다.<고재학기자>고재학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