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특별위원회 출석거부와 관련하여 최규하 전대통령에 대한 국회고발사건이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사법처리가 일단락됐다. 요지부동의 출석거부 혐의가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출석요구서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을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법적처리 그 내용 때문이 아니다. 구시대의 청산이라는 국민적 과제를 처리하면서 타의이긴 하지만 이 문제에 간여했던 전직대통령으로서 그같은 회피가 최선이었던가 하는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사실 물러난 전직국가원수가 재임중에 수행한 업무에 관한 해명여부를 싸고 논란이 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상처와 폐해를 안겨준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여러상황에 대해 국민이 진상을 듣겠다는 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당시의 얘기를 듣자는 것은 전직국가원수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처벌을 하려는게 아니라 진실을 규명,국가발전을 위해 다시는 이같은 우행과 범법행위가 재연되지 않게 하자는데 참뜻이 있었던 것이다.
79년 12ㆍ12사건에서 이듬해 전두환장군의 득세와 광주사태까지는 참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과 위국으로 치달았던 격동의 기간이었다. 때문에 당시 국정의 최고 책임자였던 최 전대통령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갖가지 역사적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해명해야 할 책무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최전대통령이 근2년 동안 한결같이 강조해온 국회출석 거부의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늘 국가기밀사항이 포함된 재임중의 국정수행 내용을 후에라도 밝히는 것은 국익에 위배되고 대통령의 국회출석요구는 3권분립 정신에 저촉되는 월권일 뿐 아니라 후대 대통령에 대해 좋지못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한 대로 당시의 상황과 사건들의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국가와 국민이익의 측면에서 국회가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출석,진실을 정확하게 증언했어야만 했다. 「나쁜 선례」를 말하고 있으나 그같이 엄청난 불법과 탈법적인 사건이 발생했었는데도 법조문에만 집착하여 증언을 마다하는 것이야말로 「나쁜 선례」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지난 연말 비록 미완이기는 했지만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 나와 증언하는 선례를 만들지 않았는가.
또한 최 전대통령측이 다섯차례의 출석요구와 두차례의 동행명령에 불응한 이유로 서류가 소정의 요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법해석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얼룩졌던 묵은 일들을 규명정리하고 새로운 전진을 한다는 국가대도를 생각할때 그같은 요식은 문제가 될수 없을 것이다. 보완을 요청하든가 스스로 출석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합당했을 것이다.
최 전대통령의 증언시비는 비록 법적으로는 일단락되었으나 이것이 정치적 역사적 매듭까지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최 전대통령은 빠른 시일안에 성명서나 해명서 등의 형식으로 12ㆍ12사건에서 광주사태까지의 중요상황을 밝혀 당시국정을 책임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역사와 국민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헌법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취임선서는 재임중의 의무와 책임만을 약속,다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건 국가원수의 책임은 무한책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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