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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의 정치/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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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의 정치/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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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시인 롱펠로의 경구가 가끔 생각난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할수있다고 느끼는 것에 의해 자신을 평가하지만,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이미 이루어 놓은 것으로 우리를 평가한다』는 내용이다.이 경구를 곰곰이 되새겨보면 크건작건 세상의 사람사는 이치가 한결 간결하게 떠오르는 것만 같다. 또한 어렵게만 느껴지던 나라안팎의 혼란스런 일들도 그 의미가 보다 선명해질수도 있을 것이다.

일찍이 역사전개에서의 필연적 승리를 확신하며 무오류성의 환상에 사로잡혔던 공산주의의 어이없는 몰락현상도 따지고보면 엄청난 대가에도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게 없어 자초한 결과일 수가 있다. 이때문에 이 세상엔 완전무결한 주장이나 체제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부단히 중지를 모으고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면서 계속 고쳐나가는게 결국은 현상을 개선시키고 실적을 쌓는 지름길임을 세계는 지금 새삼 자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자각의 바탕위에서 억질논리나 힘보다는 토론과 정책을 수단으로 부단한 개선과 실적을 가능케하는게 바로 민주주의의 장점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저마다 말로는 민주정착을 앞세우면서도 그 실적이 아직 그렇지 못한것만 같다. 어저께 서울시 조사로 드러난 지난 한달동안의 25개 주요생필품에 대한 시장가격 동향은 15개 품목이 최고 64.5%까지 올랐고 내린것은 2개품목뿐이었다고 한다. 물가외에도 투기풍조와 전세값 증시 민생치안이 마구 흔들려 그야말로 부단한 개선과 실적쌓기가 급박한데도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한눈을 판다는 소리들인 것이다.

「12대7대5」라는 거대 신여당의 철저한 계파별 「당직 갈라먹기」 소리만해도 그렇다. 불과 한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9일 신당창당인사말을 통해 노대통령은 『민족의 소망을 실현하는 거대한 용광로가 되어 갈등과 반목,아집과 편협… 구시대의 모든 낡은 유산을 불살라 국민화합과 나라발전을 창출해 낼것』이라고 다짐했었다. 김영삼최고위원도 『여러갈래의 물결이 한군데서 만나 하나의 커다란 물결을 이루는 새 정치시대의 개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당장의 당직인선에서부터 능력이나 정책의 전향적 발휘나 창출을 고려하기에 앞서 세력이나 실세별 갈라먹기식 정치의 구태답습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는 것이다.

임시국회에서 새로운 여야를 대표한 두김씨의 연설을 놓고서도 아쉬움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당면현안들에 대한 비전제시나 생산적인 새정치상을 보여주는데 흡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들인 것이다. 또한 의원들이 화급한 현안들보다는 3당합당의 당위성 공방에 감정적 대결을 펴고있다는 비판등도 오늘의 정치권이 귀기울여야할 대목이다.

모두가 롱펠로의 경구처럼 「자신이 무엇을 할수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 자신을 멋대로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만같은 오늘의 우리 정치권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지않음을 똑똑한 그들이 왜 모르는지가 답답하다. 지금 국민들은 무익한 대결보다는 그들이 실제로 이루어 놓은 일들­실적을 하나 하나 따지며 꼼꼼히 채점표를 매기고 있음을 하루빨리 깨우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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