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상들 값 인하 대응땐 소비 되레 촉진/「박리다매」되면 수입망까지 대기업 지배/우선 11개 품목만 실시… 결과보며 확대오는 3월1일부터 실시되는 수입상품에 대한 가격표시제가 과연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이상 과소비열풍을 틈탄 수입업자들의 무분별한 수입,소비자들의 외제상품 선호풍조,유통업자들의 폭리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이같은 과소비풍조를 진정시키기 위해 수입상품에 대해 가격표시제를 실시키로 하고 지난 1월10일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개정고시 했었다.
이에 따라 오는 1일부터 섬유류ㆍ신발류ㆍ가구류등 11개 품목의 수입상품을 취급하는 소매업소는 수입가격에 통관과 관련된 관세ㆍ방위세ㆍ특별소비세ㆍ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수입원가와 여기에 유통업체와 판매업체의 이윤을 포함시킨 판매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렇게되면 소비자들이 수입원가와 판매가격을 보고 외제상품이 품질이 좋아서 비싼 것이 아니라 엄청난 유통마진이 붙어 비싼것임을 깨닫게 돼 외제상품구입을 자제할 것이고 유통업체나 판매업체들도 적정마진을 붙이게 되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가 기대하는 가격표시제의 효과다.
그러나 이의 실시를 앞두고 국내제조업체는 물론,수입업체와 유통업체들은 가격표시제가 기대한 효과보다는 국내상품의 경쟁력상실,수입유발,종합상사나 백화점 등의 수입강화등 부정적인 역효과만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제조업체들은 수입상품에 가격을 표시할 경우 유통업체와 판매업체가 마진을 축소,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 국산품에 대해 가격면에서 경쟁력우위를 확보하게 돼 국내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상공부도 인정,가격표시대상 품목선정에 어느정도 반영했지만 부작용의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가전제품의 예를 보면,가격표시를 하기전엔 수입품이라는 이유로 국내상품보다 비싸게 판매가를 매겼지만 가격표시제를 실시하면 수입업체나 유통업체끼리 경쟁적으로 마진을 축소,품질수준은 국내제품과 비슷하며 가격은 싼 홍콩산 가전제품들이 대거 수입돼 국산품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품질면에서 앞선 일본의 가전메이커들도 최근 기술개발ㆍ생산성향상 등으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자 국내시장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마진을 붙여 물량공세를 취한다는 방침을 정해 국내가전시장이 일본을 비롯한 외제상품의 안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공부도 업계의 이같은 주장을 이유 있다고 판단,가격표시 대상에서 가전제품을 제외시켰는데 국내업계는 카펫ㆍ신발ㆍ시계 등에서 같은 역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펫의 경우 중동산 수제카펫에 대해서는 우리제품이 경쟁력이 있지만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벨기에 등의 카펫에 대해서는 가격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안된다는 것. 신발이나 시계도 홍콩ㆍ싱가포르 등의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가격표시제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수입상품을 선택케 해 수입을 유발시킴은 물론,국내업체에 타격을 주어 국내시장이 외제상품에 잠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한편 중소 수입업자들은 가격표시제로 수입시장을 종합상사나 대형백화점 등이 독점할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진축소 압력을 받다보면 소규모 수입업체는 견디지 못하고 대신 종합상사가 박리다매로 물량공세를 취해 수입시장을 장악하고 백화점도 싼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수입업자나 유통업자를 배제시키고 직접 수입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편에서 보면 유리할지 몰라도 대기업의 시장지배라는 점에선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지도로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지만 돈벌이만 되면 손을 안대는 것이 없는 대기업들이 정부의 말을 얼마나 들을지 미지수다.
그동안 외제상품코너를 늘려 톡톡히 재미를 본 백화점과 전문점등 소매업체들은 고객으로부터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고 고심중이다.
예를들어 지방시 신사복상의의 경우 CIF(운임ㆍ보험료포함)가격이 23만3천3백26원으로 여기에 제세금(4만2천9백80원)과 부대비용(1만1천6백16원)을 합친 수입원가는 27만5천3백6원이다. 그러나 판매가격은 수입거래선의 마진 21만1천2백60원과 백화점마진 12만4천5백45원,부가가치세 6만2천2백73원을 합해 68만5천원이 된다. 수입원가와 판매가격을 표시할 경우 고객은 27만5천3백6원짜리 상품을 68만5천원에 판매,마치 백화점이 원가의 2.5배에 달하는 높은가격으로 팔아 1.5배의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는 것.
백화점업계는 또 똑같은 상품이라 해도 수입시기에 따라 원가가 달라 가격표시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고 있다.
한편 정부는 과소비억제 및 불요불급한 사치성소비재의 수입억제라는 명분아래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앞서 지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우선 11개 품목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효과를 보아 품목을 조정하거나 확대할 방침이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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