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졸속 개교(장명수칼럼:1339)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졸속 개교(장명수칼럼:1339)

입력
1990.02.28 00:00
0 0

2월들어 어머니들 몇분이 나에게 전화를 걸고 『신설되는 학교들이 시설도 갖추지 않은채 입학생을 받고있는 것은 교육적으로 지장이 많다』고 항의했는데,그분들은 모두 서울강남의 양재고교에 아이들을 보내게된 어머니들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현행제도 아래서 학생들은 중ㆍ고등학교를 선택해서 갈수가 없고 배정되는대로 가야하는데 이제도는 중ㆍ고등학교들이 어느정도 평준화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것이다. 그런데 평준화는 커녕 교사도 다짓지않은 학교가 문을열고 학생을 받고있으니 그런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는가. 우리아이는 양재고교에 가게됐는데,그 학교는 아직 교사가 완공되지않아 1학기동안은 도곡동의 도산중학교 건물에서 수업을 받고 8월에나 옮겨간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 조차 교사가 비좁아 1학기에는 정상 교육이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형편이다. 양재고는 사립도 아니고 공립인데 이럴수가 있는가』

『우리아이는 중학교때도 신설학교인 서일중에 배정되어 상당기간 지장이 있었다. 그애는 고등학교가 또 신설학교로 배정되고,이번엔 교사조차 완공되지 않아 다른학교에서 임시로 공부하게되자 얼마나 실망을 하는지 엄마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 고등학교에서의 첫학기가 얼마나 중요하다는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양재고에 배정된 학생들이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27일자 한석간신문은 이처럼 「줄속개교」를 한 서울시내의 신설 초ㆍ중ㆍ고교가 17개교에 이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올봄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여는 학교는 국교3,중학교9,고교5개교인데 대부분이 겨우 교실공사를 끝냈을뿐 음악ㆍ가사ㆍ과학실 등의 특별교실과 운동장의 기본체육시설 등을 전혀 갖추지 못한채 입학식을 치를 형편이라고 한다. 한편에서 공사가 벌어지는 중에 수업을 받아야하는 소란스러움을 생각하면 아예 다른곳을 빌려 사용하는 양재고의 경우가 특별히 나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들 17개 신설학교중 사립은 1개교이고,나머지는 공립이다. 공ㆍ사립을 굳이 구분할 필요조차 없겠으나,미리미리 계획하고 추진해야하는 학교개설이 왜 이처럼 무리를 빚고,학생과 학부모를 실망시키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한 어머니가 지적했듯이 학생이 학교선택을 할 수 없는 현제도는 학교들이 어느정도 평준화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것이다.

신설학교라면 마땅히 산뜻하게 공사를 끝내고 학생을 맞을 수 있는 성의와 준비가 있어야한다. 그것은 「평준화」이전의 문제이다. 학교의 「졸속개교」란 피난시절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인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