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요청”ㆍ“국민약속 위반” 맞서/현안 처방책등도 상이/봄정국 수위 높아질 듯3당합당이후 첫 정치대회전인 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과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국회대표연설은 정국이 정면대결의 양극구도로 고착되어 가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김영삼ㆍ김대중 두 김씨는 「경쟁과 협력관계」를 떠나 여ㆍ야대표라는 「대척점」에 서서 3당합당의 타당성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최고위원은 소련과 동구권에서 일고 있는 세계사적 대변혁과 정국안정이 시대의 절대적 요청이라는 상황을 들어 3당합당의 당위성을 역설한 반면 김총재는 밀실에서 이뤄진 과정의 비민주성과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과의 약속위반이라는 점등을 고리삼아 3당합당을 비난했다.
김최고위원은 『더 늦기 전에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을 뛰어넘어 화해와 단합,안정과 번영,그리고 통일을 위한 역사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며 지금이 바로 용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뒤 3당합당을 한국정치의 질적 변화를 의미하는 일대 혁신이라고 규정했다.
이에대해 김총재는 『청와대 밀실에서 단행된 3당통합은 보수와 반동수구세력의 합작으로 사회적 요구에 몰린 세력의 음모이며 정경유착을 통한 기득권 수호공작』이라면서 김영삼ㆍ김종필 「두 김씨」의 정치행태는 물론 이를 곧바로 6공정부의 한계성에 연계시켰다.
김최고위원과 김총재의 3당합당에 대한 정반대의 시각은 4ㆍ26총선이 만들어준 4당체제에 대한 공과에도 그대로 이어져 김최고위원은 4당체제가 반드시 변화되어야 할 정치구조였다고 주장한 반면 김총재는 「1노2김」이 3당합당의 합리화를 위해 4당체제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최고위원은 4당체제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경제ㆍ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비난과 함께 커다란 불신을 받아왔었다』고 말했고 김총재는 13대 국회는 과거 국회보다 배이상의 능률을 올려왔고 그중 98%가 여ㆍ야합의에 의한 것』이라면서 2년동안의 많은 활동상을 열거했다.
두사람은 3당합당에 대한 평가와 성과의 검증방법에 있어서도 분명히 입장을 달리했다.
김최고위원은 92년의 총선을 통해 민자당에 대한 평가가 나타날 것이며 결국은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고 말한 데 반해 김총재는 국민이 3당합당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의원직을 총사퇴한 뒤 총선과 지자제선거를 동시에 실시해 국민에게 물어보자고 제의했다.
그런가 하면 김최고위원은 자만에 빠지거나 자기성찰을 소홀히하지 않는 가운데 끊임없는 자기개혁의 노력을 통해 3당합당의 정신을 구체화시키겠다는 다짐을 하며 3당합당의 성패가 자기개혁의 완성여부에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총재는 3당합당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김종필최고위원은 한마디도 거론치 않았음은 물론 김영삼최고위원보다는 노태우대통령에게 더많은 비중을 두어가며 약속위반을 따져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두사람은 철두철미한 제로ㆍ섬관계에 서서 3당합당을 놓고 합일점없는 평행선의 공방을 벌였지만 노련한 정치인답게 정국이 정면충돌의 막바지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여운」을 밝혀놓는 걸 잊지 않았다.
김최고위원은 『오랫동안 야당에 몸담았던 경험에 비춰 소수의견을 무시하거나 묵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고 『김대중총재와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목표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정권퇴진을 요구하면서도 그 이유를 중간평가나 3당통합에 대한 정치적 책임추궁에서 찾지 않고 치안등 3대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 정권퇴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두사람은 대표연설의 절반이상을 3당합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쟁점에 할애했지만 남북문제와 민생문제에도 구체적 입장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두사람은 남북문제가 90년대 최대의 민족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그 당위성을 역설했다. 김최고위원은 탈냉전 탈이념의 세계사적 조류를 강조한 반면 김총재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출과 우리측의 자신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김최고위원은 여당의 대표연설이라는 한계때문인지 치안,교육,물가안정,전세금폭등,노사관계 등 현안 전반에 걸쳐 나열식으로 원론을 제시했고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해 토지공개념관련시책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총재도 현안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 및 지자제선거에서의 정당추천제 채택,그리고 국군조직법등에 대해서는 민자당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밝혀 이번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가서 파란을 면치 못할 것임을 충분히 예견케 했다.
항상 대표연설에서는 몇가지 새로운 정책아이디어가 나오곤 했지만 이번 경우는 김총재가 밝힌 주택난 해소를 위한 퀀셋 집단주택촌 건설 정도이다.
두 사람이 대표연설에서 밝힌 정국운용기조는 28일부터 4일간 계속될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좀더 구체화되겠지만 이번 국회의 계류쟁점에 대한 뚜렷한 견해차이로 인해 회기중반부터 정국의 수위가 높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국의 추이는 평민당이 계속 요구할 의원직 총사퇴를 통한 조기총선요구및 「봄정국」의 외부환경과 맞물려 대결양상을 더해 갈 것으로 보인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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