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생명을 잃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설이나 추석,연휴나들이 때만 되면 1백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횡사하고 주말마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기 일쑤다. 지난 24ㆍ25일의 주말과 휴일에만도 전국에서 7건의 큰 교통사고가 발생,한가족 6명 등 18명이 희생되고 8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숫자로 보는 교통사고의 실상은 정말로 심각하다. 치안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해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무려 24만3천2백62건이나 된다. 이같은 사고로 1만1천9백10명이 죽고 30만7천1백28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루평균 6백66건의 교통사고가 나 33명이 목숨을 잃고 8백41명이 부상을 당한다는 계산이다.
국제비교기준치인 차량 1만대꼴로 계산해보면 우리의 지난해 교통사고 건수는 9백35건에 사망 46명,부상 1천1백81명으로 미국(1백25건,3명 사망,1백83명 부상) 일본(1백12건,2명 사망,1백39명 부상)에 비하면 사망자는 15∼23배,부상자는 6∼10배가 넘는다. 「교통사고 세계 제1의 불명예」를 실감케 한다.
세계 제1의 사고건수와 사망자 과다의 원인을 캐자면 근본적으로는 자동차문화에 익숙지 못한 데서 오는 운전자의 과실이 절대적(90% 이상)이다. 따라서 사고와 사망자를 줄여 「교통선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안전운행과 예방운전까지 하도록 하는 자동차문화의 정착이 우선해야 한다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할 또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도로여건과 도로시설은 과연 사고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도록 되어 있느냐는 것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망자를 덜 낼 수 있도록 구조적 장치가 되어 있느냐는 문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다차선도로의 중앙분리대이다. 중앙선 침범사고는 피해가 과실을 일으킨쪽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혀 뜻밖의 반대차선쪽에,그것도 치명적으로 입힌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중앙선 침범은 전체 사고의 4.7%이지만 사망률은 12%나 되어 안전운전 불이행사고(발생 60.1%,사망률 51.4%) 다음으로 사망률이 크다.
상ㆍ하행선 4차선도로 정도면 중앙분리가 돼 있어야 한다. 경부ㆍ경인고속도로를 제외하면 중앙분리대는 고사하고 분리벽 마저 없는 것이 우리의 도로사정이다.
중앙분리시설이 허술하거나 아예 없어 침범자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당한 피해자는 근원적으로 따지자면 도로시설관리자인 국가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운전자가 아무리 잘해도 도로구조가 잘못되어 있거나 중앙분리대 등 안전시설이 허술해서 어쩔 수 없이 사고를 내거나,상대편 차량에 정면충돌 당하는 식의 사고원인제공 요소를 줄이지 않는 한 교통사고와 사망자수를 감소시켜 「교통선진」에 이를 수는 없는 일이다.
교통정책이 소통위주이기 때문에 사고방지대책이나 교통공해방지대책이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설령 소통문제가 다소 나아진다 해도 하루에 수십명씩이 교통사고로 죽고,교통공해로 도시민들의 건강이 찌들어 간다면 「누구를 위한 교통소통」인가를 교통당국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균형잃은 교통정책이란 필연코 또다른 후유증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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