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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는 이제 자유의 나라”/산디니스타기 태우며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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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는 이제 자유의 나라”/산디니스타기 태우며 “축제”

입력
1990.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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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TV 집계발표 회피… 욕설 일관/니카라과 대통령 선거 개표 표정○“가장 공정했던 선거”

예상을 뒤엎고 야당연합의 차모로 후보가 오르테가 현대통령을 앞서 나가자 시민들은 마나과 거리 곳곳에 휘날리는 수천개의 산디니스타 깃발을 불태우는 등 거리는 축제 분위기.

선거 시작전 집권당과 야당측은 서로 승리를 장담했었는데 니카라과 역사상 가장 공정하고 자유롭게 진행된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위해 4시간씩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가 하면 3천명의 국제선거 감시단이 참관하는 등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은 변화 원했다”

○…차모로 여사는 자신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진 26일 새벽 대통령 당선을 선포하고 니카라과를 「자유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차모로 여사는 자택을 떠나 선거운동본부로 가기전 지지자들에게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후 『야당이 승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민들은 변화를 원했다』고 주장.

그녀는 또 권력이양이 순조롭게 되겠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는 평화와 화해를 바란다』고 선언했다.

○산디니스타 “초상집”

○…산디니스타 선거운동본부는 오르테가의 패배가 기정사실화 되자 마치 초상집 분위기.

산디니스타 공식 라디오 방송인 산디니스는 밤사이 뉴스를 중단한 채 음악을 내보냈으며 본부건물앞에서 승리 축하무대를 세우던 노동자들은 자정이 지나면서 공사를 중단했다.

또 국영TV는 개표결과 방송시간에 집계결과를 언급하지 않은채 「추악하고 썩은 악당들」「무법자」등 서부 영화를 방영.

○미,경제제재 철회 시사

○…차모로 여사의 승리가 확정되자 부시 미 대통령은 『승리를 확신했었다』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니카라과에 대한 85년 이래의 경제제재 조치를 즉각 해제할 것임을 시사.

소련 정부도 외무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니카라과의 대통령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실시된 것이 분명하다면 소련은 니카라과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할것』이라고 밝혔다.

○카터,패배시인 종용

○…이번 선거 감시를 통해 2백39명으로 구성된 유엔참관단을 이끌고 니카라과에 온 지미ㆍ카터 전 미대통령은 차모로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진 25일밤 오르테가를 찾아가 패배를 시인할 것을 종용.

이에대해 이번 선거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던 오르테가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즉답을 회피.

카터 전 대통령은 이어 야당선거운동본부를 방문,차모로 여사와 부통령당선자 그비르힐리오ㆍ고도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는등 동분서주.

○7개 투표소 폐쇄도

○…선거도중 산디니스타 군대와 콘트라 반군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보고는 없었지만 최소한 반군의 공격으로 북부와 동부지방에서 7개의 투표소가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마나과 외신=종합】

◎개혁물결 동구서 중남미로/좌익정권 선거 승부수 미 입김에 산산조각/차모로 「제2아키노」… 경제난등 현안도 산적(해설)

니카라과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주의 야당연합(UNO)의 차모로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좌익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의 오르테가 현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둔것은 크게보아 동유럽 공산정권을 차례로 몰락시킨 자유화 개혁의 물결이 대서양을 건너 중남미 대륙에까지 들이닥쳤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다 미시적으로는 ▲연간 최고 3만8천%까지 치솟은 인플레등 극심한 경제난 ▲6만명이 희생된 10년 내전과 ▲이에따른 강제징집제가 오르테가의 주요 패인이었다. 이 세가지 문제들은 그 해결의 열쇠를 모두 미국이 쥐고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절대적 지원을 업은 차모로 후보에게 오르테가와는 반대로 유리하게 작용할수 밖에 없는것들이었다.

니카라과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콘트라 반군과의 내전을 통해 매년 예산의 35%를 전비로 지출하며 모두 1백2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미국의 경제제재조치가 시작된 85년 이후부터는 경제가 더욱 피폐해져 국민 총생산을 상회하는 53억달러의 외채까지 지게 됐다.

이런상황에서 79년 7월 소모사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좌익정권을 세울당시 공약했던 토지개혁과 기업국유화 등 경제개혁안은 실효를 거둘수 없었다. 오히려 전문기술자와 경영인 등 50만명에 이르는 고급인력이 해외로 탈출함으로써 막대한 인력자원의 손실로 인한 생산성 저하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위기에 몰린 산디니스타정권은 결국 국내외로부터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미국과의 관계개선및 경제원조 유치를 위한 승부수로 조기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도박을 택하게 됐다.

나름대로 승리를 장담했던 산디니스타 정권이 뜻밖의 패배를 당하게 된 큰 요인의 하나로 총1백70만 유권자중 반이상이 30대 이하의 젊은층이라는 점도 간과할수 없다.

오르테가는 이들을 겨냥,늘상 입었던 전투복을 벗어버리고 운동복 차림으로 야구공을 던지거나 청바지를 입고 춤을 추는등 이미지 쇄신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역효과를 낳았다. 「면학」「국방」「생산」 등 메마른 모토를 내걸고 줄곧 사회주의 혁명을 강조하던 오르테가의 돌변은 젊은이들을 당혹케 했을 뿐이었다.

반면 야당연합은 징집연령기에 있는 젊은 유권자들을 겨냥,강제징집 폐지등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파나마 침공도 야당연합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유권자들은 미국이 파나마 유권자들의 표를 훔쳤던 노리에가를 몰아내는것을 보고 이번 선거에서도 자신들의 표가 도둑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것이다.

유엔과 미주기구(OAS)등에서 파견한 대규모 선거참관단의 활약도 차모로의 당선을 도왔다.

소모사독재정권에 남편을 잃고 분연히 반정부 투쟁에 뛰어들어 산디니스타 혁명의 성공에 한몫을 했던 차모로는 혁명후 사회주의 정권이 싫어 오르테가와 결별한 후 다시 반체제 운동을 벌여왔다.

「제2의 아키노」「남미의 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같은 그녀의 정치적 고난도 대중적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차모로의 앞날이 밝은것만은 아니다.

경제복구는 그녀가 풀어야할 가장 어려운 숙제다. 니카라과의 경제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나 그에따른 경제원조만으로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만큼 깊게 곪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본 부족뿐만 아니라 인력자원 유출로 인한 생산성 격감은 미국자본의 응급수혈정도로는 당분간 회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좌익 산디니스타세력이 정권을 넘겨준 뒤에도 여전히 막후 실력을 행사하려 할것이란 점도 차모로정권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콘트라 반군과의 내전 종식ㆍ병역의무 해제 등 야당연합의 선거공약 이행에 군부가 강력히 반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14개 야당연합이 분열하고 차모로 대통령의 지도력 부족이 노출될 경우 코라손ㆍ아키노 대통령의 필리핀에서 처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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