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년남성,그중에서도 40대는 어두운 회색의 세대인가.경제기획원이 지난 10년간의 인구통계자료를 정밀 분석하여 발표한 한국인 표준생명표에 의하면 해마다 0.5세씩 늘어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사상 처음으로 70세를 넘어 70.8세에 이르는등 모든 수치가 지난 20년 동안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유독 45∼49세까지 중년남자의 사망률은 인구 1천명당 8.64명이라는 놀라운 지수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사망률은 같은 연령층의 한국 중년여자의 사망률(1천명당 3.4명)이나 외국 중년남자의 사망률(1천명당 3∼5명)을 훨씬 상회,WHO(세계보건기구)에 건강관계 자료를 정기통보 하는 47개국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남자의 높은 사망률로 평균수명의 남녀격차 또한 10년 전의 6.4세에서 8.1세로 더욱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를 보며 생각케되는 것은 40대위에 투영된 우리의 사회상이다. 불혹의 연대로 불리는 인생 40대는 정신적으로 최전성기인 완숙의 단계에 이르고 노력과 정진의 결과가 열매맺기 시작하는 인생의 수확기이며 사회적으로도 지도적인 위치에 오르게 되는 성취기이다. 인생의 전성기에 이르른 중년남자의 사망률이 세계1위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불운임은 말할 나위도 없이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특히 비슷한 생활환경 속에서 살아온 같은 연대의 중년여자에 비해 중년남자의 사망률이 2.5배나 높은 것은 그 원인이 사회활동을 통한 스트레스등 일상의 여건에 있음을 명확히 설명해 주고 있다.
표준생명표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40대의 중년기를 거친 한국의 남자들은 일제의 식민지통치 하에서 태어나 2차대전 한국전쟁등 전란의 극한 상황과 빈곤에 시달리면서 오늘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주역이다. 가난극복을 위해 과도한 성취욕에 쫓기다시피 하며 건강의 리듬을 깨뜨리고 과로와 고속을 서슴지 않은 것이 이제까지 한국 중년남성들의 행동방식이었다.
실적 제1주의로 고도성장만을 밀어붙인 사회 분위기에 쫓기면서 탈락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구조적으로 경쟁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생활면에서도 폭음,흡연 등 무절제를 부추겨 중년남자의 건강을 해치는 불행한 결과를 빚어냈다. 따라서 이 수치는 우리의 사회와 가정에 동시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들의 강박을 덜어주는 일이다. 이것은 가정적인 이해에서부터 사회적 제도 개선까지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인 것은 우리 사회,우리 주변을 좀더 건강하고 밝게하는 분위기 쇄신운동이다. 40대 사망률의 문제가 4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광범한 인식은 이런 분위기 쇄신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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