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민단중심 “쟁취” 캠페인 총력(법적지위 표류 재일동포 3세:3)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민단중심 “쟁취” 캠페인 총력(법적지위 표류 재일동포 3세:3)

입력
1990.02.25 00:00
0 0

◎곳곳 현수막… 궐기대회/부인회선 가이후 방문/“일인 스스로 제기토록해야 효과”지적도재일한국인 사회에서는 요즈음 「91년 문제」라는 말이 큰목소리가 되었다. 어디건 한국인들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91년 문제가 중심화제가 되어 나름대로 견해를 말하고 전망을 하기도 한다.

동경 미나토(항) 구 아자부(마포)에 있는 재일한국인 거류민단 중앙본부 건물 외벽에는 91년 문제를 해결해 안정된 법적지위를 쟁취하자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오사카(대판) 한국인회관과 나고야(명고옥) 한국인 회관등 각지방 민단본부와 부인회 청년회 상공인회등 각종 산하단체들이 들어있는 건물에도 어김없이 요란한 현수막이 내걸려 일본인들의 눈길을 끈다.

사무실 안에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갖가지 소책자와 유인물들이 수북이 쌓여있는데,한국인은 물론 일본인 방문객들에게도 이 유인물들을 나누어주며 「시끄럽게 떠드는」이유를 설명한다.

이같은 일상적이고 소극적인 캠페인으로는 목적을 달성할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궐기대회 가두데모 같은 적극적인 투쟁과 서명운동 진정서 제출 가두선전활동 의견광고게재등 홍보활동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민단중앙본부가 작년 12월 동경 히비야(일비곡)공원에서 법적지위 쟁취를 위한 궐기대회를 가진것을 기폭제로 각 지방본부에서도 같은 집회가 있었다. 특히 오사카에서는 치마 저고리 차림의 젊은 부녀자들과 태극기를 앞세운 가두데모까지 벌였으며,선전차가 중심지를 퍼트롤하며 가두방송 활동까지 하고있다.

이경구 센다이(선대)총영사 등 각지역 공관장들도 관할구역 지사와 중요도시의 시장 지방의회 의원 등을 방문,현지 한국인들의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지방행정기관 및 의회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해 중앙에 건의해 주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부인회의 활동은 더욱 적극적이다. 전국 20만명의 회원을 실천요원으로 일본인 40만명 서명을 받아내려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재일한국인에 안정된 대우를」이란 구호와 취지문 및 회송엽서가 붙은 유인물을 만들어 가두에서 일본인들에게 배부하고 각 지방조직을 통해 일본주부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부인회측은 우송료가 수신자 부담으로 돼있는 이 지지엽서가 40만장 모이면 가이후(해부) 총리실을 방문,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협정 전면개정을 요구하는 요망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부인회는 관방장관을 찾아가 같은 취지의 진정서를 전달했으며,사회당 공명당 등 각 야당은 물론 큰 신문사 방송국들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호소했다. 그뿐 아니라 본국도 방문,관계부처와 국회 언론기관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토록 「요란한」 캠페인에 대해 못마땅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안정된 법적 지위를 따내자는 대명제에 이견이 있는것이 아니라 투쟁방법에 대한 이견임은 물론이다.

『밴드왜건식 캠페인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일본정부와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충분히 이해시키는 좀더 세련된 캠페인이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가령 여론을 리드하는 언론매체의 실무자들을 만나 조용히 대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부당성을 인식시킴으로써 그들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가 문제를 제기해야만 일본정부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것입니다』 오사카에 한국인 양로원을 세운 사회사업가 윤기씨(47)는 실속있는 투쟁방법의 모델을 이렇게 제시했다.

더욱 극단적인 사람들은 『떠들기는 떠들되 이번 법적 지위협상은 결렬돼야 한다』고 까지 말한다. 일본 열도가 떠들썩한 속에서 체결될 새 협정이란 보나마나 뻔할 터이니 협상이 깨져 일본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쪽이 더 좋다는 말이다.

『3세 법적 지위문제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본국 사람들이 많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두 나라간의 협정에 의해 영주허가를 받은 사람들의 자녀가 이땅에서 태어나는데 내쫓겠습니까. 그 문제보다는 지금 우리들이 겪고있는 불안정한 지위가 더욱 시급한 문제입니다』

재일 한국인 언론계의 젊은 기자들은 한국정부당국이 3세 법적지위만 문제로 생각하는데에 협상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국정부와 재일한국인 1세들이 협정에의한 영주허가를 「영주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심히 못마땅해 한다.

『협정의 조문을 다시 읽어보십시오. 어느곳에도 영주권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단순히 영주를 허가한다는 표현 뿐입니다. 허가와 권리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큽니다. 영주권을 가졌다면 일본은 우리가 죄를 졌다고해도 강제추방하지 못합니다』

의식있는 젊은이들은 이토록 미세한 표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법적 지위상의 문제점들을 추출,3세문제와 함께 이것들을 일괄 타결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대대로 일본땅에 눌러살 수 있는 진정한 영주권을 부여 받는다면 지문을 찍을 필요도 없으며,해외여행때마다 1년안에 꼭 귀국해야하고 그때마다 재입국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모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게 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그러므로 차제에 재일 한국인의 법적 지위를 의무만있고 권리가 없는 「껍데기 지위」에서 두가지를 모두 갖는 알맹이있는 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경=문창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