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련,북한을 잇는 삼각관계가 최근들어 부쩍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강영훈국무총리가 22일 국회에서 한 『소련과 멀지않은 장래에 정식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은 한ㆍ소간의 관계개선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뿐만 아니다. 최호중 외무장관이 지난주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에게 양국간의 외무장관회담을 공개 제의한 것도 이례적인 것이다.
또 공로명 주모스크바 영사처장이 곧 현지에 부임할 예정이다. 3월부터는 양국의 여객기가 정식취항하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련을 방문하는 것도 적지않은 관심사이다.
보다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의 3월 소련방문이다.
당초에는 구민주당총재로서 방소를 추진했으나 이제는 대여당인 민자당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떠나기 때문에 위상이 달라졌다. 그를 맞는 소련의 태도가 달라질 것은 물론이고 소련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국내정치에 미치는 효과도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고르바초프를 만난다면 큰 성과를 거두는 이고 거기서 노태우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약속된다면 그야말로 대어를 낚는 셈이다. 세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을 만난다면 우리가 이미 제의한 외무장관회담은 물론 정상회담 개최문제까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만나거나 북한의 개방문제가 최대관심사가 될 것임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전세계의 관심이 초점이 되어있는 북한의 개방은 정말 수수께끼이다. 얼마전 김일성은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지지한다는 연설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 발언이 곧 북한도 개혁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주 셰바르드나제는 베이커 미국무장관과의 회담이 끝난뒤 베를린장벽처럼 남북간의 콘크리트장벽도 무너져야 한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면서 한반도의 변화를 촉구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소련공산당 중앙위국제국장인 안드레이ㆍ그라체프가 파리의 한 토론회에서 『소련은 북한에 대해 동구에 대한 것보다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같은 수준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동구에서처럼 소련의 입김이 북한에도 쉽게 먹혀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방소련」보다는 「페쇄중국」의 영향을 더 받고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대해 볼만한 것은 고르바초프의 대한결단이다. 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같은 한국과의 수교,한ㆍ소정상회담 그리고 김영삼고르바초프회담 외무장관회담과 같은 극적인 외교가 닫힌 북한의 문을 여는 촉진제가 될수있을 것이다.
북한은 해외공관에 대남비방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 이외에는 겉으로 달라진게 별로 없는 것같다. 달라진게 있다면 그동안 형식적으로 나마 진행해왔던 판문점에서의 대화숨통마저 끊어버린 것이다. 직접적인 압력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간접적으로 우회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