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랄한 정책비판… 대통령이 중재/구야 앞장… “모처럼 토론” 활기/YS 서서인사에 노대통령 “앉아서 하시죠”/김동영 총무 “평민과 시각차 커 고민” 토로○…23일 상오 민자당창당이후 처음 열린 노태우대통령 주재의 청와대확대 당정회의는 과거와 달리 당직자들중 야당출신 의원들이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토론을 개진하는등 색다른 분위기속에서 1시간50분간 진행.
노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야당출신 당직자가 정부의 경제ㆍ외교정책 등에 대해 고삐를 늦추지 않고 「신랄하게」 비판을 가하자 중재에 나서는등 모처럼 토론다운 토론을 개진토록 배려.
이날 회의는 강영훈국무총리와 김영삼최고위원의 인사말에 이어 조순부총리 등 각부 장관의 당면현안에 대한 대책보고,민자당 당직자들의 당무보고 토론순으로 진행.
김최고위원은 이날 노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박태준최고위원 권한 대행과 나란히 앉았는데 첫 당정회의에 참석했음인지 비교적 상기된 표정.
김최고위원은 인사말을 통해 『3당합당은 오늘을 위한 것이 아닌 10년,또는 그후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이제 우리는 중요한 출발을 했다』면서 『정치안정이 이룩된 만큼 당면현안인 민생치안,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당과 정부가 긴밀히 협의,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한다』고 인사.
강총리는 『그동안 4당체제에서 노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미흡했던 점을 반성해오던중 노대통령과 김최고위원이 사를 버리고 공을 취해 대동으로 합치는 결단을 내려 감사를 드린다』며 『이제 내각은 튼튼한 방파제가 생겨 순조로운 항해를 하게됐다』고 답례.
이날 노대통령은 강총리가 일어나 인사를 하고 이어 김최고위원이 일어나 인사를 하려하자 『앉아서 하시죠』라며 다정한 모습을 보여 서먹서먹하던 당정의 참석자들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김종필최고위원은 치과수술로 입원중이어서 불참.
○…정부측의 대책보고후 민자당의 보고가 시작됐는데 박준병사무총장은 주요 당무일정을,김동영총무는 원내보고를,김용환정책위의장은 당면정책과 임시국회 법안처리 문제를 보고.
김의장은 정책보고에서 『정치ㆍ사회적 안정이 이뤄짐으로써 경제안정기조가 고무되고 있다』면서 『물가ㆍ부동산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세우겠다』며 물가ㆍ부동산문제가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
이어 김동영총무는 『민자당창당이후 첫번째 국회인 이번 임시국회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높지만 평민당과의 시각차가 커 문제가 있다』면서 『과거문제 종결을 위해 최대한 대야협상을 벌여나가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정의 단합을 다짐.
토론순서에서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황병태당경제특위위원은 『당정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뜻깊다』고 소감을 밝힌 뒤 경제ㆍ남북관계ㆍ노동ㆍ치안문제 등에 대해 정부정책을 신랄하게 비판.
황위원은 『우리 경제는 이제 사춘기를 지나 30대의 숙련기에 접어들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보호지원차원의 경제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제는 경제가 활기를 되찾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일침.
황위원은 이어 『경제난국을 환자로 비교할 때 정부는 근본적 치료보다 그때그때 약물만 투약하는 방식으로 이것저것 대책만 세우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지나친 약물투여로 인해 오히려 해독을 해야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하고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정책대안을 요구.
황위원은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제환경조성이 미흡한 점,노동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처,경찰제도 개선의 미흡 등을 지적.
노대통령은 황위원이 계속 정부정책을 꼬집어 나가자 『이같은 문제들은 정부에서도 충분히 검토해오고 있다』고 말한 뒤 『앞으로 당정간에는 모든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 좋은 결론이 나오도록 해야한다』고 지시한 뒤 최호중외무장관에게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답변토록 유도.
김창근교통부장관은 『민자당 창당은 진정한 정치안정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라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뒤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고는 『지하철ㆍ고속전철ㆍ수도권 신공항건설 등에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며 민자당의 지원을 슬그머니 요청하는 기민성을 발휘.
박용만국회행정위원장은 『민자당 창당은 여당해온 사람들보다 야당해온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이었음이 솔직한 고백』이라고 말하고 『세분의 결단은 내일을 위한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당정은 앞으로 세분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해야한다』고 발언.
그러면서 박위원장은 『신문을 보니 당직인선에 민정계 몇명,민주계 몇명등의 안배식으로 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면서 『당직과 정부요직에 3당의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도록 고려해야 한다』며 당직인선에 대한 불만을 토로.
이에대해 노대통령은 『신문에 어떻게 보도가 됐든지간에 내가 보고받기는 당직인선에 내것 네것 따지는 것이 없었다』고 밝히고 『모든 일을 서로가 협조하고 있으니 큰 걱정 안해도 될 것』이라고 위무.
박태준대행은 앞으로 당정의 과제를 세가지로 요약해서 밝힌 뒤 『경제정책은 과거와 같이 정부가 간섭한다는 인식이 전환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
박대행은 세가지 과제로 ▲국민신뢰의 회복 ▲법질서및 법의 존엄성 회복 ▲정부 행정의 소신과 신념회복 등을 열거하고 『물가ㆍ증권시장ㆍ노동현장 등에서는 아직도 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내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
노대통령은 토론이 끝난 뒤 『우리는 이제 하나가 됐다』면서 『하나로 결속하고 뭉쳐 국민의 신뢰를 얻고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고 당부.
노대통령은 이어 『이 자리가 새로운 결의와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겠다』고 전제한 뒤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 ▲국민위주의 국정 ▲안정기조위의 성장과 개혁 ▲긴밀한 당정협조 등 4개 항목을 강조.<이종구ㆍ정진석기자>이종구ㆍ정진석기자>
◎청와대 당정회의 보고내용
23일 청와대 고위당정회의에서 행정부가 보고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면경제현안과 대책◁
◇조순부총리(최근의 경제동향)=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고 부동산투기 재연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진,현재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이 추세는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섬유 신발수출은 다소 회복됐으나 전자 전기 자동차 철강 등 수출주종품목은 계속 부진하다.
최근 전ㆍ월세 가격이 급등한 것은 작년초 크게 상승한 주택가격이 전ㆍ월세로 반영되는 경향과 임금인상 등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한 주택환경 개선욕구 증대 때문이다.
◇앞으로의 대응방향=물가 임대료 부동산가격 상승을 방지하는 것이 최대과제이다. 전ㆍ월세 가격의 상승이 임금투쟁과 연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금융의 긴축적 운용,재정사업과 국가우선순위의 재조정 등 실질적인 안정화 노력의 가시화가 요구된다.
▷산업평화정착대책◁
◇최영철노동부장관(최근의 노사관계 동향과 전망)=노사분규는 2월22일 현재 36건이 발생,전년동기의 1백52건 대비 76%가 감소했다. 임금선도부문에 대한 집중지도로 임금인상자체 분위기 확산및 공공부문임금교섭이 한자리수 이내에서 타결되고 있다. 전노협등 급진노동세력이 임투와 연계,강경투쟁을 시도할 것으로 예견되나 최근 조직세의 위축으로 노사관계 안정화 국면을 크게 해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평화정착방안=합법적 노사관계 행위는 적극 보호하되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는 노사를 불문하고 엄중 의법조치하겠다.
근로복지증진을 위한 과감한 제도개혁및 다각적 시책을 추진함으로써 근로계층의 소외감을 불식시키고 근로의욕을 진작시키겠다.
▷당면주요외교시책◁
◇최호중외무부장관=소련과는 주모스크바 영사처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가동시켜 사실상의 영사관계를 외교관계로 격상시킬 수 있도록 기반조성에 전력투구해 나가겠다. 중국과는 현재 공식적인 접촉창구를 수립할 수 있도록 교섭중이며 특히 9월 북경아시안게임을 활용해 영사단,문화예술단,경기참관단 등을 파견하겠다. 중소와 외무장관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입지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방일을 금년중 실현시키고 우방국및 제3세계 국가 정상들의 방한도 추진하겠다. 한미간 공식협의체제를 최대 활용하고 미의회 접촉활동및 대미홍보활동을 강화시켜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에 변동이 없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
▷남북관계현황과 전망◁
◇이홍구통일원장관=북한의 올해 대남정책은 우리측의 당국간 대화촉구에 대해선 「정치협상회의」 논리로,남북교류에 대해선 「선콘크리트 장벽철거」 주장으로 대응하면서 각종 회담의 서울ㆍ평양 개최를 지연키 위해 판문점접촉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팀스피리트훈련후 어떤 형태로든지 새 제안을 해올 가능성에 대비,당국간 대화,고향방문단 교환실현 등 실효성있는 대화ㆍ교류추진대책을 강구하겠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와 전면안전조치협정을 체결토록 국제적 압력을 증대시키겠다.
▷민생치안대책◁
◇김태호내무부장관=자율방범체제를 확립하고 주민신고가 원활히 될 수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지역단위의 방범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겠다. 92년까지 경찰관 3만명을 증원하고 치안본부및 경찰국 등 지휘부서인력의 8%를 감축해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를 현재의 6백35명에서 선진국 수준인 4백45명으로 보강하겠다. 특히 금년상반기중에는 기동순찰차를 서울의 5백76개 파출소에 1대씩,5대직할시는 2개 파출소에 1대씩 배치,「즉시출동 즉시검거」 체제를 갖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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