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순국회의장의 「개회사파동」으로 빚어진 국회공전은 결국 「하루싸움」에 그쳤다.여야간의 계산된 선택에 따라 22일부터의 의사일정을 정상화시킨 것이다.
소수평민당의 원내복귀 결정은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의 한 단서를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날 국회본회의의 평민당측 의사진행 발언에서도 재확인 됐듯이 거대여당의 출현이 유발시킨 긴장과 불안은 남은 회기동안은 물론 13대국회 내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개헌 정족수를 16석이나 초과하는 민자당의 「위용」은 본회의장에서 새로 배치된 의석분포를 내려다보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김의장의 문제발언이 국민들의 생각에 비추어 「거짓말」이라고 공박하는 의사진행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평민당의석에서 쏟아져나온 야유성 지원고함들은 마치 본회의장의 이같은 위압적 민자당 진용에 안간힘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평민당의 힘겨운 상황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민자당출범의 논리가 안정을 내세운 것임에도 거대여당이 막강해진데 비해 평민당의 상대적 소수화가 빚어낼 반발력은 민자당의 안정논리가 아직 터를 못잡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안정성의 확보가 힘의 집중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단순가설이 헌정사의 곳곳에서 그 함정을 드러내고 있음은 익히 알고있는 대로이다. 민자당이 던져주는 논란거리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세력균형」이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다는 한편의 시각과도 관련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바로 이같은 질문들에 대한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다. 20여일을 남긴 회기중 여야가 밀고당길 공방의 전형은 김의장발언 파문을 짚고 넘기는 지난 이틀간의 행태에서 대강의 예상이 가능할 것도 같다. 평민당의 강경행로는 철저한 이해득실 계량을 거쳐 적정선에서 선회했고,비록 직접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민자당의 자세 역시 큰 덩치의 대범함을 유지한 괜찮은 모양이었다.
또 국회는 국정현황파악과 자료제출을 미리받기 위한 상임위활동을 대정부질문에 앞서 갖는등 새로운 의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개혁입법의 마무리와 합리적 비판의 모범으로 여야가 함께 승자가 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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