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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탈공산 「제2혁명」눈앞에/리투아니아공 의회선거 야당승리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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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탈공산 「제2혁명」눈앞에/리투아니아공 의회선거 야당승리 확실

입력
199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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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패배 인정… 연정 제의도/“고가 동구이어 소 외곽 탈공산 은밀히 조정” 인상/“개혁 선례”… 타 공화국 파급 클듯【빌니우스=강병태 특파원】 소련 최초의 비공산당 정부가 24일 의회선거를 실시하는 발트해 연안의 탈소 개혁선도국 리투아니아 공화국에 등장한다. 동구권을 휩쓴 탈공산민주화의 거센 물결이 드디어 공산종주국 소련의 서쪽 국경을 넘어서는 시점이 임박한것이다. 이로써 지난 6일 공산당 중앙위에서 70년간 고수해온 공산당 독재의 종식을 선언했던 소련은 이제 한걸음 더나아가 「탈공산 통치」의 역사적 혁명기로 접어들었다.

리투아니아 공화국 공산당의 2인자인 이념담당 제2 서기 유스타스ㆍ파레츠키스는 21일 한국일보와의 회견에서 리투아니아 공산당은 이번 최고 소비예트(의회) 선거에서 실질적인 제1당이 될것이 확실한 탈소개혁운동 조직 사유디스(SAJUDISㆍ리투아니아 개혁운동)가 신정부 구성을 주도하는 것을 현행 소련식 헌법과 관계없이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알기르다스ㆍ브라자우스카스 제1서기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직무대행을 맡고있는 파레츠키스 서기는 『공산당 독재를 규정한 현행헌법상 사유디스는 선거참가 자격조차 없지만 우리는 이미 이번 선거를 임시선거 절차에 따라 복수정당제 자유선거로 치르고 있다』며 『리투아니아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치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산당은 지난해 사유디스 지도부의 저명한 경제학자 빌카스ㆍ브룬스키니야 여사를 중앙위 서기겸 대외경제담당 부총리로 영입하는 등 권력을 분담해왔다』며 『사유디스측에 공산당의 국정경험을 고려,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7년 창설이래 사유디스 의장을 맡고있는 비타우타스ㆍ란츠베르기스는 별도 회견에서 『리투아니아인들은 이미 공산주의를 포기,사유디스의 선거승리는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다만 사유디스는 공산당의 개혁세력까지 참여하고 있는 대중조직이기 때문에 신정부 구성에 소련 공산당과의 결별을 선언한 리투아니아 공산당 개혁인사들을 참여시킬수 있다』고 연립정부 제안을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리투아니아 음악원 소속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비공산당원인 그는 『그러나 공산당과의 합작은 신헌법 제정때까지의 과도단계에 그칠것』이라며 『새 의회는 소련 합병 이전의 헌법과 같은 의회 민주주의 헌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연립정부구상과 관련,리투아니아 정부의 알비다스ㆍ유르베나스 공보처장은 『란츠베르기스 사유디스 의장이 신의회 의장이 되고,총리는 사유디스 멤버인 브룬스키니야 현 부총리가 맡게될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투아니아의 정치판도는 복잡한 과도기적 형태로 돼있지만 사실상의 야당인 사유디스의 선거승리에 의한 비공산 연립정부 등장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다. 1백41명의 최고소비예트 대의원을 선출하는 의회선거는 1백41개 선거구의 선거관리위원회 부터 유권자들의 투표에 의해 구성,소련 사상 유례없는 민주선거로 치러지고 있다. 그리고 선거에는 소련 공산당과 결별한 리투아니아 공산당 후보 2백55명과 구공산당 잔류후보 55명,사유디스 후보 1백14명,사회민주당 21명 등 7개 정당 또는 단체에서 모두 5백22명이 출마했다. 이들은 직장 순회유세는 물론,유료TV 광고 등 서구식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리투아니아 공산당은 탈소개혁 제스처에도 불구,민심 이반으로 스스로 과반수 확보를 포기하고 있다.

반면 사유디스는 후보 1백14명중 60%이상의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 특히 공산당 후보중 브룬스키니야 여사등 당선이 유력한 개혁파 후보 33명이 사유디스 멤버이거나 선거운동 지원을 받고있어 사유디스의 의회 장악은 당연시 되고 있다.

리투아니아에서의 비공산 정부등장은 단순히 탈소 독립을 추진중인 「반란 공화국」의 이단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데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

1940년 소련 합병전까지 자본주의적 민주체제를 경험한 리투아니아 공화국은 사유디스를 중심으로 발트연안 3국의 탈소ㆍ탈공산민주화 움직임을 선도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모반」은 사실상 고르바초프등 모스크바의 개혁 지도부에 의해 조장돼 왔고,동구권의 민주화 개혁과 마찬가지로 소련체제의 변혁 필요성을 소련전체에 인식시키는 「시범무대」로 활용돼왔다.

동구권의 혁명을 지난해 마무리한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역사적인 공산독재 폐기 결의를 끌어낸 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지난달 리투아니아를 방문,전국에 TV중계되는 가운데 리투아니아인들의 거센 탈공산독재ㆍ개혁요구를 청취,논쟁을 벌임으로써 개혁의 절박함을 소련인들에게 「홍보」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리투아니아 정치 지도세력의 탈소 민주화 행동이 소련 개혁 지도부와의 긴밀한 협조에 의한것이라는 기미는 리투아니아 쪽에서도 발견된다. 리투아니아의 탈소 민주화를 선도해온 대중조직 사유디스는 출발부터 리투아니아 공산당내 개혁세력이 사실상 주도적으로 참여,「관변조직」의 성격도 갖고 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 공산당은 사유디스의 대중운동이 무르익은 지난해 말 소련 공산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사유디스를 급진개혁파 야당으로 대우,정권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최근까지 거센 탈소개혁 구호를 외쳐왔던 사유디스와 리투아니아 공산당이 모스크바 공산당의 공산독재 폐기결의가 나온 이후 탈소독립선언을 유보한채 탈공산체제 수립에 몰두하고 있는 점이다.

란츠베르기스 사유디스 의장과 파레츠키스 공산당 제2서기는 모두 기자와의 회견에서 『독립선언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우리는 「조용한 합의 이혼」을 원한다』며 크게 타협적인 자세를 내보였다.

또한 이들은 새의회가 제정할 신헌법은 서구식 민주주의의 전면도입과 대통령제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파레츠키스 공산당 제2서기는 『리투아니아 공산당의 당명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같은 전면적인 탈공산당 체제가 단행될 경우 공산당의 권위실추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카리스마와 인기를 얻고있는 브라자우스카스 현 공산당 제1서기가 직선에 의한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이 현지의 지배적인 예상이다.

리투아니아에서의 이같은 정치적 변혁과정은 고르바초프가 진행시키고 있는 체제 변혁과정의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하고있다고 볼수있다. 특히 리투아니아의 선례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야 등 다른 발트 공화국에서 그대로 재현될 공산이 크고,다음달 잇달아 의회선거를 갖는 다른 공화국들에도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쳐 소련의 공산당 지배체제는 연방외곽에서 급속히 붕괴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고르바초프는 완강한 소련체제의 변혁을 준비하기 위해 동구권의 탈공산 민주화를 사실상 주도해 왔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에서 리투아니아등 발트 공화국들에서의 탈공산화를 은밀히 장려,조정하고 있다고 볼수있다.

소련은 이제 체제개혁 수준을 넘어서 공산체제 폐기란 70여년만의 「제2혁명」을 눈앞에 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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