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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반장(장명수칼럼: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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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반장(장명수칼럼:1337)

입력
199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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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세대도 6ㆍ25전후의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하며 절약정신을 키워왔지만,일제하에서 2차대전을 겪었던 50대ㆍ60대의 절약정신은 남다른데가 있다. 삼사십년동안 의사ㆍ교수ㆍ디자이너 등의 전문직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온 여성들이 얼마나 물자를 아끼며 살고있는지를 얼마전 한모임에서 서로 털어놓았는데,그분들의 얘기를 전하고 싶다. 그중 한분은 휴지를 뽑아서 쓸때 반드시 반을 잘라쓰는 것으로 유명한데,자신이 월급을 주고있는 젊은 직원들은 좀체로 그의 시범을 따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하고있다. 그가 자주 휴지 반장을 흔들어 보일때마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웃지만,어느날 자기보다 더 절약하는 선배를 만났다고 한다.대학총장을 지낸 그 선배는 『휴지를 반으로 잘라 쓴다구? 나는 휴지를 한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워서 이렇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여러번 쓴다오』라고 말하며 주머니에서 구겨진 휴지를 꺼내 마주 흔들어 보이더라고 한다.

다른 한분은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물마시듯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흉을 보거나 믿지않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밖에서 일하며 목이 마를 때 콜라 같은걸 사마신적이 없다고 말했다. 물한잔 마시면 되는데 무엇때문에 돈을 쓰며 영양도 없는 음료를 사서 마시느냐는 것이다.

치약을 짜서 쓰는 얘기도 나왔다. 자녀세대에서는 으레 적당히 짜서 쓴 치약을 버리지만,어머니인 그들은 그렇게 버리지를 못하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서 쓴다는 것이다. 아침엔 출근하기 바빠 우선 새치약을 꺼내 쓰고,저녁에 세수할때 꼼꼼하게 짜서 쓴다는 분도 있었다. 그들은 그냥 남은 치약을 돌돌 말아짜는 정도가 아니고 가위로 중간을 잘라 철저하게 짜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삼사십년 일한만큼 생활에 여유가 있고,부자들이고,돈을 써야할때 아끼지 않는 분들이다. 그들은 밖에서 구두쇠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지는 않지만,평생동안 휴지한장을 아끼는 것이 몸에 배있다. 전기한등,물한방울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물과 전기를 아끼는 문제로 가족들에게 늘 잔소리를 하곤한다.

그자리에서 내려진 결론은 『돈을 써야할곳에 쓰기위해서는 평소에 절약을 생활화 할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저녁을 사야할때 푸짐하게 저녁을 사고,기부해야할때 선뜻 돈을 내놓지만,자기자신을 위해서는 콜라 한잔도 돈주고 사먹지 않고 있다.

어머니들은 이런 절약정신으로 한평생을 살고 있는데,딸과 아들세대에서는 왜 사치와 과소비가 문제가 될까. 아직 잘살만큼 오래 일하지도 않은 젊은 사람들이 왜 조급하게 잘살려고 할까. 「휴지반장」에 대해 모두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휴지반장의 정신은 강하고 겸손하고 아름다운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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