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사업회가 국민들의 성금으로 92년 9월까지 건립키로 한 전쟁기념탑 규모는 반대여론이 높아 축소되게 됐다.반대론은 표면상 3백30m라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지만 그러나 탑 자체의 높이보다 『6ㆍ25가 그렇게까지 기념해야 할 전쟁이었나』 『무엇 때문에 탑을 세우려 하는가』 등 건립취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더 짙은 것 같다. 그 의문은 곧 「전쟁기념사업회가 무엇을 하는 단체이며 언제 조직된 것인가」라는 질문과도 통한다.
실상 이 탑은 최근 잇달아 각 신문에 「전쟁기념탑 건립 후원성금모집」 광고가 실렸는데도 관련자 외에는 건립계획이나 사업회의 존재 자체를 모를 만큼 사전 여론수렴 과정이 부족했다.
외국의 경우 기념탑을 세울 때는 과연 기념할 만한 사안인가,어느 지역에 어느 양식과 크기로 지을 것인가를 놓고 수년에 걸쳐 연구도 하고 공청회를 열어 말 그대로 「기념비적 작품」을 세우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해 1월 기념사업회가 설립된 지 불과 9개월 만에 육군본부 터에 지하 2층 지상 4층(연건평 2만6천평)의 초대형 군사박물관을 짓기로 한 데 이어 1년 만에 기념탑 건립계획이 마무리됐고 그 과정에서 공청회등을 통한 여론수렴 과정은 없었다. 당초 정부예산으로 추진키로 했던 기념탑 건립에 국민들의 참여를 결정한 것도 국민들은 나중에 알았다.
올림픽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문은 최종건립때까지 숱한 논란을 빚었고 의견수렴 과정에서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그만큼 중요한 조형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기념탑의 건립취지를 살펴보면 이 탑은 평화의 문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깊은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일방적인 계획추진에 아쉬움이 남는다.
사업회가 탑의 크기를 1백여m 가량 축소키로 한 데 대해 그것도 크다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여론을 받아들인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각종 개발과 사업에서도 거대주의 사고,속전속결식 추진 등을 불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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