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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의 말(장명수칼럼: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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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의 말(장명수칼럼:1336)

입력
199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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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성실하게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또 본분을 다하기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은 언제일까. 국민이 정치를 바라보면서 『아,과연 저렇게 하는 것이 옳겠구나. 참 멋지다』라고 감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언제까지 우리정치인들은 국민의 혐오감에 무감각한채 감정과잉의 정치쇼에 도취하려는 것일까….개회 하루만에 공전하고 있는 국회는 국민을 한숨짓게 한다. 난데없는 3당통합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그래도 뭔가 새로워진 국회운영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회기와 대정부질문문제로 여ㆍ야원내총무들이 신경전을 벌일때부터 실망하기 시작했고,김재순국회의장의 개회사와 평민당의 항의퇴장에 대해서는 할말을 잃고있다.

김재순국회의장의 개회사는 국회의장의 본분을 잃고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의 찬반의견이 팽팽한 상태이고,야권의 반발이 아직 건센 마당에 무엇때문에 국회의장이 정계개편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여 평지풍파를 일으켰는지 이해할수 없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개원하던 88년5월 김의장이 『이번 4당구조는 두려움을 느낄정도로 신비스런 황금분할』이라고 주장했었다는 것을 굳이 꼬집을 필요는 없다. 그 당시 4당구조에 희망을 걸었던 사람은 김의장만이 아니고,그후의 정치를 지켜보며 생각이 바뀌었다해서 나쁘다고 할수는 없다. 문제는 국회의장이 한나리 입법부의 장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잊고,신당출현을 정당화하려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불필요하고,무신경하고,여론으로부터 단절되고,사태를 너무 가볍게 판단한데서온 안이한 구태이다.

평민당의 대응 역시 구태의 연하기 짝이없다. 날카로워진 평민당의 신경을 국회의장이 자극한 것은 사실이지만,총재가 앞장서서 전의원이 퇴장할 만한 사태였다고 납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국회를 공전시키지 않고도 항의할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왜 평민당은 번번이 강경대응을 선호하는지 이해할수 없다.

많은 국민들은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는 정치인들의 수준에 거듭거듭 실망하고 있다. 3당통합이라는 「혁명적 정계개편」을 단행했다면 그에 걸맞는 자각이 보여야하는데,민자당사람들은 필요할때만 「신사고」를 외칠뿐 구사고ㆍ구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개회사중 문제부분은 구사고ㆍ구행태의 좋은 예이다.

국회의장은 개회사의 문제부분에 대해 지체없이 사과하고,평민당은 즉시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국민은 양측을 다 딱한눈으로 보고있고,다수여당과 소수야당이 사사건건 이런식으로 부딪칠 경우 정치불안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있다.

국민은 본분을 잊지않는 정치인의 모습을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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