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에서 지난 40여년간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의 독재와 부패를 비판,폭로해온 대표적 투사를 들자면 당연히 밀로반ㆍ질라스 전유고부통령을 들어야 한다. 오늘날 동구공산권의 변혁과 민주화의 원조격이다. ◆올해 79세인 질라스는 1932년 공산당에 입당,2차대전 중에는 티토전대통령등과 함께 나치에 맞서 게릴라전을 벌였다.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던 그가 공산체제에 환멸을 느낀 것은 48년 유고에 주둔한 소련군인들의 살인 약탈 부녀자폭행 등 갖가지 만행이 계기가 됐다. 그가 충격을 받은 것은 이같은 행패 자체보다 공공연하게 저질러지는 행패에도 소련 당국이 시치미를 뗀 것이었다. ◆질라스의 대공산주의 저항은 53년 당기관지 「바르바」(투쟁)에 공산정권의 부패상을 폭로함으로써 시작됐다. 이 때문에 부통령직을 비롯,당중앙위원 등 모든 공직에서 쫓겨났다. 야인이 된 그는 56년 헝가리에서 반소봉기가 나자 이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가 투옥됐고 옥중에서 유명한 「새로운 계급」이란 원고를 써서 서방으로 몰래 보내 출판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공산국가마다 공산당이 권력과 특권을 독점,새로운 귀족계급으로 인민을 탄압하고 있다』고 통렬히 비난했다. ◆질라스는 출옥 후 62년 「스탈린과의 대화」를 출간,다시 투옥됐다. 그는 과거 스탈린과 3차례 만났을 때의 느낌대로 감격의혹실망 등 3장으로 된 이 책에서 스탈린의 음흉한 침략성과 독재성을 파헤치면서 『역사상 최대의 범죄자』라고 낙인찍어 화제를 모았다. ◆질라스는 69년 해외체류중 기고를 통해 『반인류적인 공산체제는 30년안에 붕괴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그러나 20년만인 작년말 동구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가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에서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고르바초프가 공산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려 하지않고 「개선」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공산주의와 씨름해온 질라스의 예언이 얼마나 적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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