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 5분 만에 퇴장… 본회의 “끝”/김 의장 “희망주는 여대야소”에 평민 발끈/평민 긴급의총 강경주류… 김 총재가 만류/민자선 “잘했어” 응원… 민주계는 착잡표정○… 민자당출범에 따라 대여소야 정국구도에서 처음으로 열린 제148회 임시국회는 김재순국회의장의 개회사 내용을 평민당의원들이 문제삼고 개회 5분 만에 퇴장함으로써 첫날부터 파란을 예고.
이날 본회의장은 2백16석의 민자당측이 회의장 중앙을 중심으로 한 좌우로 의석을 배치해 4당체제 하에서 원내 제1야당으로 세를 구가했던 평민당은 그전처럼 회의장좌측코너를 차지했으나 민자당의 좌석이 워낙 방대해 격세지감을 실감.
이날 민자당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가 재배정된 의석을 찾느라 분주했고 민주ㆍ공화계 의원들은 평민의원들과 가벼운 인사말과 함께 악수를 교환했으나 대체로 겸연쩍어하는 표정이 역연.
이날 상오 10시 시작된 개회식에서 국민의례 직후 김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이번 임시국회는 여소야대의 4당 병립체제가 해체되고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다수여당과 소수야당으로 양립된 모습을 갖추었다』고 언급하자,평민당의석에서 『황금분할이라고 말할 때는 언제냐,한입으로 두말을 하지말라』 『4당체제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양당제냐』 『소수야당이라니 무슨 말이냐』라고 고함을 치며 격렬히 항의했고 김의장이 개회사를 계속 읽어 내려가자 김영배총무의 지휘로 일제히 본회의장에서 퇴장.
김의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개회사를 모두 낭독,이날 본회의는 평민당의원들의 퇴장 속에 10여분 만에 끝났는데 김의장이 개회사를 마치자 민자의원들은 『잘했어』라고 응수.
○…본회의장 퇴장에 이어 곧바로 열린 평민당의원 총회는 김재순의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한 뒤 의원직 사퇴얘기가 나오는등 강경한 분위기에서 진행.
40여분간 계속된 의원총회는 항의단을 김의장에게 보내 문제발언의 사과와 취소를 요구하고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김의장이 사회를 보는 본회의 참석을 거부키로 했는데 의원들은 한때 의원직 총사퇴와 국회 전면보이콧등을 요구했으나 김대중총재가 세번이나 발언대에 서며 이를 적극 만류.
맨먼저 나선 유준상의원은 『김의장은 마땅히 의장직을 사퇴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시간 이후의 국회를 전면 거부하자』고 주장했고 박실의원은 『김의장의 발언은 앞으로의 국회모습을 미리 예고해 주는 것』이라면서 『당장에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자』고 요구.
유인학의원도 『새로 탄생되는 정치신체제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묻는 길은 의원직을 사퇴한 뒤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의원직 사퇴주장에 동조.
분위기가 강경일변도로 흐르는 가운데 나선 김총재는 『국민이 있는 한 어떤 경우에도 정치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여러분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평민당은 이미 당론으로 의원직 총사퇴와 총선요구를 정해놓았으니 좀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고 절충안을 제시.
그러자 조세형정책위의장도 『우리가 분노하고 있는 상대는 김의장 개인이 아니잖느냐』면서 『항의의 뜻을 보내 사과와 취소를 요구한 뒤 그 결과를 봐가며 향후 대응책을 당지도부와 총무단에 일임토록 하자』고 김총재의 견해에 가세.
그런가하면 김봉호의원은 『김의장이 몇분 안되는 개회사에서 부시 미대통령 얘기까지를 들먹였는데 이는 의장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고 이상수 홍기훈 박석무의원 등도 의장발언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
김총재는 또다시 발언대에 서서 『일단 항의단을 보내 사과와 취소를 요구한 뒤 후속조치를 논의토록 하자』고 결론을 유도했고 의원들은 이에 동의해 이날 의총은 일단 단락.
○…평민당의 퇴장에 이어 개회식이 끝난 직후 민자당 지도부는 김영삼최고위원 방에서 긴급간부회의를 소집,대응책을 강구.
이 자리에는 김최고위원과 박태준대행을 비롯,당3역과 총무단,대변인 등이 참석했는데 박철언장관도 뒤늦게 가담.
김동영총무는 회의후 『개회사가 잘못됐다면 정식으로 발언권을 얻어 따지든지 해야지 개원하자마자 고함을 지르고 퇴장해버리면 국민들이 이 국회를 어떻게 보겠느냐』며 불만스런 표정.
민주계의원들도 개회식후 구민주당총무실에 모였으나 대부분 착잡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 말들을 자제하는 눈치였는데 『고의적으로 국회를 방해하는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었으나 일부 의원들은 『의장이 너무 자극적인 개회사를 한 게 아니냐』고 불만도.
공화계의원들은 민주계의원들 보다는 다소 강도높게 비난했는데 김홍만의원등은 『아직도 평민당이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전당직자 한명은 『국회를 깨기 위한 계산된 각본』이라고 공세.
한편 개회사 해프닝으로 이날 하오 예정된 운영위원회는 21일로 연기.
○…한편 평민당은 의총결의에 따라 이날 하오 2시 의장실로 항의단(김영배총무,신순범사무총장,조세형정책위의장,김봉호ㆍ유준상ㆍ박실의원)을 보냈으나 김재순의장의 부재로 21일 상오 9시에 다시 방문키로 결정.
그러나 이동복국회의장 비서실장은 개회식이 끝난 뒤 기자실로 찾아와 『평민당 요구대로 개회사에 대한 취소나 사과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나름대로 해명에 열중.
이실장은 『개회사 원고는 의장이 심혈을 기울여 직접 작성한 것으로 다만 오해가 있었다면 추후 부연설명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평민당 항의단이 의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의장이 개인약속 때문에 이미 출타중이어서 면담이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완강한 모습.
이실장은 특히 문제가 된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줄 수있는 다수여당과 소수야당…」 대목등에 대해 『다수여당과 소수야당을 병렬시켜 놓고 공통의 수식어를 살리는 문장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설명.
○…한편 새로 배치된 민자당의원들의 좌석배정을 보면 회의장 중앙통로 우축 맨뒷열에는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과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이 나란히 차지했고 그 좌측에는 박준병총장ㆍ김동영총무ㆍ김용환정책위의장과 정창화수석부총무가 좌정.<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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