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백결선생의 유명한 선비정신과 청빈의 전통이 유구한 우리역사이다. 얼마나 누덕누덕 옷을 기워입었으면 백가지의 천을 얽어 놓았다는 뜻의 백결이란 이름을 얻었을 것인가.어느해 세모 집집마다 울려나오는 떡방아소리를 듣다못한 부인이 『우리는 무엇으로 과세를 합니까』고 근심하자 백결선생은 거문고로 방앗공이 소리를 내어 부인을 위로했고,그 곡이 후세에 전해져「대악」이라 일컬어진 고사를 우리는 알고있다.
조선왕조때는 목민심서라는 관리들의 치민에 대한 도리를 쓴 다산선생의 명저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지난 81년부터는 청백리상마저 제정,청렴과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직무에 헌신해 공무의 공정성과 깨끗한 공직사회구현에 본보기가 된 공무원을 포상하고도 있다.
그런데도 오늘의 우리 공직자상은 백결정신은 간데없고 「만탐」임이 드러나고있다. 검찰이 공무원비리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밝힌 지난 한햇동안 적발된 비리공무원이 1만1천7백여명이나 되었다니 일만명의 탐관오리를 뜻하는 만탐이 아니고 무엇일 것인가. 더욱 부끄러운 사실은 이같은 숫자가 5ㆍ6공화국에 걸친 지난 4년동안 2배로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얼마전 홍콩에서 발간되는 한 신문이 「한국사회에서는 뇌물을 주지않고는 관청의 민원이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연되어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한걸 놓고 우리 관계가 결백증명의 자체감사ㆍ해명자료배포ㆍ정정보도요구 등으로 법석을 떨었던게 새삼스럽다. 당시 어느 관청에서 『6공출범 이후 대국민서비스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어 좋은 호응을 받고 있고… 가장 친절한 관청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는 이때 이처럼 황당무계한 기사를 싣는 것은…』하고 항변했던 것도 생각난다.
급기야 그신문도 「홍콩 칼럼기사,한국에 풍파를 일으키다」는 제목의 기사로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해명기사가 좀 껄끄럽다. 『뇌물수수행위와 부패는 실로 근절키 어려운 현상들인데… 현재 뇌물수수와 부패를 혐오하여 이런 잘못된 행위를 근절토록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기쁜일이다』고 썼고 이어 『더욱이 한국의 친구가 편집장에게 말하기를 뇌물수수행위는 현재 크게 감소했다고 하니 만약 이말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아주 기쁜일』이라고 끝을 맺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무슨 망신이 수순인지 모를 일은 그 해명기사의 잉크도 미처 마르기전에 검찰의 「만탐」발표가 나와버린 것이다. 별로 이름없는 한 외국신문의 보도를 보고 떨었던 우리관청의 호들갑이 되레 무색해지는 기분이다.
뇌물을 받지않는 탓에 미움을 사 암살을 당할뻔한 태국수도 방콕의 유명한 청백리시장 잠롱의 얘기를 우리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백결선생이 남긴 전통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도 일시적 단속에만 그칠일이 아니라 정부나 국민모두가 함께 좀더 깨끗해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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