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ㆍ타협 통한 민주화 시험대에/여의 내부이견 조율여부도 관심우리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여야합당의 「1ㆍ22정계 대개편」이 정치권과 국민에게 어떤 변화를 갖다줄 것인가. 이 물음에 첫 해답을 제공해 줄 제148회 임시국회가 20일 상오 개회한다.
이번 임시국회는 정계개편이 없었더라도 5공청산문제에 매달렸던 지난 2년의 국회운영과는 달라야한다는 여론과,다를 수밖에 없는 시대조류를 맞고 있었다. 4당합의의 5공청산매듭은 정치권에도 새로운 이슈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여소야대의 4당정국을 송두리째 뒤바꿔버린 민자당의 출현으로 정치환경은 1백80도가 달라졌다.
새로운 여야관계는 임시국회를 열기 위한 지난 16일의 총무회담에서 실감되었지만 23일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이 여당의 대표연설주자로 국정운영 방안을 밝히는 모습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좀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각 상위와 본회의의 의안처리과정에서 민자당의 다수의석의 위력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이번 국회는 민자당의 출현과 관련해 정치적 안정과 경제난국 극복을 가져오면서 민주화조치가 다져지느냐를 가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자당창당을 주도한 사람들이 내세운 정계개편의 첫번째 이슈가 정치안정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3당합당은 명분보다는 결과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고 핵심주역들조차 점치고 있는 것이다.
일견 정치적 안정은 민자당이 원내의석의 3분의 2이상을 확보함으로써 이루어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정가에서는 일단 4당구조에서 각종 법안등 국정현안에 있어 집권당이 일관성있게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 예를들어 과거 4당구조에서 법안하나를 처리할 때도 4당의 견해를 반영하다보니 「누더기법안」이 나오고 있다는 우려가 행정부에서 나왔던 사례가 허다했었다.
그러나 집권당의 다수당화가 곧 정치안정으로 연결될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노사,학원,남북문제,전교조문제 등 많은 현안들이 법과 질서의 테두리에서 해결되어온 관행이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 이슈들은 지난 수년동안 형행법을 무력화시키며 정치권을 압박해 왔던 게 현실이다. 평민당을 소외시키고 이루어진 정계개편이란 점에서 이같은 이슈들을 민자당이 혼자 흡수,정치적 충격을 완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치안정과 함께 민주화가 확실히 진행되느냐는 문제도 이번 임시국회에 부과된 책무이다. 민주화란 구체적으로 법개폐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다수당인 민자당이 어떻게 소수당인 평민당과 토론과 타협을 통해 국정을 끌어나가느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평민당은 정계개편이 국민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을 뿐아니라 안기부법ㆍ보안법 등 법개폐문제에 있어서도 보수적 입장을 굳힌 자민당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갖고있는 것이다. 민자당이 합당과 관련한 민주 대 반민주의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평민당과의 여ㆍ야관계 재정립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이번 임시국회는 새로 생겨난 민자당 자신에게도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비밀작업끝에 이루어진 정계개편이긴 하나 3당합당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난 후 첫 국회라는 점에서 민정ㆍ민주ㆍ공화 3대계보간의 조율이 필요한 과도기 국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정치적ㆍ정책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던 민정계와 민주계가 집권당으로서 국정에 공동책임을 지게 됐다는 것은 획기적 변화인 것이다. 이 두 계보가 정책을 가다듬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데는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지만,정치권이 그동안 크게 불신당해 왔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계보간의 타협과 국정최우선의 새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밖에 이번 국회는 5공청산의 마무리단계인 광주보상법과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지자제선거법을 처리해야 한다.
이 두개 법안은 특히 평민당과의 타협을 통해 처리될 때에야만 정치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자ㆍ평민의 대국적 타협정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여야는 총무회담에서부터 회기문제를 놓고 적잖게 신경전을 벌였지만,달라진 정치질서와 정치이슈아래서 정치관행도 이에맞게 달라질 수 있는지 국회를 보는 국민시각이 매우 진지한 것이다.〈김수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