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이 기지개를 켠다는 우수다. 얼음이 녹고 봄기운이 대지를 포근히 적시면 잠들었던 진달래 뿌리가 꿈틀거리고 온갖 나무와 화초들이 새싹을 움티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화사한 봄다운 봄을 맞이해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우숫날에 내리는 빗물은 예부터 「우숫물」이라고 해서 풍년을 알리는 길조로 여겨왔다. 우수 하루 전날 전국적으로 비를 뿌렸다. 눈이 아닌 빗물이 산천을 적시어 땅속에서 동면하던 봄이 부스스 깨어나 기어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WㆍCㆍ윌리엄스는 『보기에는 잠자듯 게으른 봄이 이제는 눈부시게 다가서온다』고 했다. ◆이처럼 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리없이 당도한다. 심훈은 「영원한 미소」에서 『얼음이 꽁꽁 얼었던 눈과 시냇가에서 귀를 기울이면 얼음장을 뚫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송림사이 응달진 언덕에 아직도 무더기 무더기 쌓인 눈을 헤치고 맡아오던 흙속에서 봄냄새가 풍길 것 같기도 하다』고 영탄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 셸리의 유명한 구절처럼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심정에서 봄을 의젓이 기다리자. ◆봄의 시작은 인간에게 새로운 의욕을 북돋워준다.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처럼 꿈과 낭만을 가져다준다. 대자연의 힘은 그러기에 위대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는 이 대자연의 섭리를 어기고 순리에 거역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때가 있다. 그 때는 혼란을 자초한다. 우리는 여기서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겸허히 사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이젠 우리도 얼어붙은 정치마당에 봄기운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통합신당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민자당과 평민당이 강파르게 맞선 가운데 오는 20일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여야는 하찮은 인간의 욕심에 얽매이지 말고 화무십일홍과 영고성쇠의 진리를 깨달아서 모름지기 위민정치를 펴줄 것을 당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