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비오너에 맡기고 뒷전 잔소리/책임감 갖고 사회변화 맞아야재계의 구심점이 없다. 신 여당의 출범으로 재계의 역할 재정립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수렴,재계의 입장을 분명하게 나타내 주는 단체도 없고 리더십도 실종됐다.
누가 재계를 대표하고 주도하는가의 문제에 확실한 답변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계의 대표기관은 4백여 대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전경련이 재계의 대표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그 이유를 1년전 비오너회장인 유창순회장체제가 출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사실은 권위주의사회에서 민주ㆍ자유화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재벌들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편이 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유회장은 지난 1년간 경제여건이 극히 어려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비난에 시달려왔다.
지난 15일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유회장이 금융실명제 및 토지공개념등 경제개혁 정책을 신중하게 실시해 달라고 정부측에 요구한 것도 이같은 비난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이사회의 토의를 거쳐 회원사의 결집된 의견을 정당하게 내놓는 과정을 생략한채 제기됐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몇몇 재벌그룹총수들만 모여 결론을 내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고 『경제정책에 관해서도 회원사 대표들간에 난상토론을 벌여 재계의 결집된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공시절만 해도 정부가 다 알아서 재벌의 입장을 변호해 주었지만 권위주의시대가 끝난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정부에 건의할 것도 많고 주문할 것도 많지만 어떤방법을 취해야 할지 전혀 의견취합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신여당이 출범한 후 재계의 입김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지만 개별기업과 개별정치인들이 비공개적으로 접촉을 가질 뿐 일치된 재계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재계인사들은 우리나라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아서 재벌들이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재계의 단결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전경련에 비오너회장이 탄생한 이후 재계의 구심점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으나 사실 따지고 보면 비오너회장의 탄생도 새로운 시대에 책임을 지고 재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재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권위주의시대가 끝남에 따라 재벌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은 뒷전에 물러나 앉아 있겠다는 얕은 생각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전경련에 비오너회장이 취임한 이후 주요 대기업대표들이 전경련행사에 잘 참석하지도 않고 심지어 회비납부를 미루는등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면서도 전경련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전경련이 주요 대그룹 총수들만으로 좌지우지되고 있는 점에 소외감을 느끼는 중견기업회원들은 이제 책임있는 재계 지도자가 다시 나와서 흐트러진 재계의 위상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재계는 정계개편으로 정치권에 더 많은 힘을 행사하겠다는 기대에 앞서 국민들로부터 비판 받을 것은 정당하게 받고 정부정책에는 이론적으로 대응,공개적으로 정책건의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
이제는 초기 재벌단계의 이익만 추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국가경영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된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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