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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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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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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역사를 만든다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적 명제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이것과 전혀 다른 소리를 한다. 「수령이 없이는 당이 있을 수 없으며,수령의 영도가 없이는 노동계급의 혁명투쟁이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령이란 무엇이며 누구인가. 북한에서 발간된 사전엔 다음과 같이 그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지도하여 혁명과 건설을 승리의 한 길로 이끄는 영명한 분이며,노동계급의 당과 인민대중의 최고 영도자이며 프롤레타리아 독재체계의 총체를 영도하는 최고 수뇌이며,전 당과 전체 인민의 통일단결의 유일한 중심이며,혁명과 건설을 승리로 이끄는 유일한 분인 전 당과 전체 인민의 끝없는 존경과 흠모를 받고 있는 가장 위대한 영도자」라는 것이다. ◆얼핏 읽어선 무슨 뜻인지 해독이 불가능하다. 아무튼 전지전능한 개인을 지칭함은 분명하다. 아버지 수령 김일성에서 아들 수령 김정일로의 세습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선듯 한 관측이 나왔다. 북한의 언론이 김정일 생일을 맞아 내놓고 위대한 수령이란 최고의 관사를 쓰고 나섰다니 어떤 형태로나 변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 그동안 당중앙이나 경애하는 지도자니 하는 이름의 껍질에 싸여 부화의 시기만을 노리더니 끝내 가시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닌가. ◆북한에서의 수령은 태양의 존재와 같다. 묵은 태양과 새로운 해가 함께 공존하는 법은 없다. 아버지 태양과 아들 태양의 세습에 고민이 많을 것은 뻔한 이치다. 지금껏 공을 들였는데 동구바람을 타고 고친다는 것은 무서운 재앙을 불러들이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 갈 데까지는 가보고 말 것이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교훈이 북한엔 오히려 체제강화로 역작용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프롤레타리아의 독재가 무너지는데,주체의 독재를 강화함은 역사의 배리임에 틀림없다. 김일성 일가의 신성 가족화가 얼마까지 명맥을 이어갈지 지켜보면서 통일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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