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ㆍ불 유럽정치 중심 독에 빼앗겨/파 편입된 영토 반환요구 우려/“나토잔류”등 조건 제시어떤 프랑스신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일의 통일과정은 「광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분단된 독일에서 서독이 경제력을 키우는 동안 유럽정치의 주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통일독일의 미래상을 보면서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럽국들중 통독을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 민족자결의 대원칙을 부인할 수는 없기때문이다. 2차대전중 2천만명을 잃어 끝까지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던 소련조차도 통일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통독은 그러나 아직도 외부적으로는 각국이 내거는 통일의 조건을 해결해야 하는 과정을 남기고 있다.
오타와외무장관회담에서는 양독합의,양독+미ㆍ영ㆍ불ㆍ소 전승국회의(소위 2+4),전유럽 안보협력회의등의 통일과정합의절차를 마련했지만 이에대한 이의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처 영국총리와 마조비에츠키 폴란드총리다.
영국총리는 통독이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유럽국가들은 행동하기전에 가능한 모든 결과를 연구하면서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75년 헬싱키에서 열린 전유럽안보협력회의는 유럽의 국경선은 수정될 수 없으며 그것은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의 합의로써만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따라서 국경선 변경에는 집단협의절차가 필요하게 돼있다.
바꿔말해 헬싱키협정 서명 35개국의 회의를 하기전에는 통일이 있을 수 없으며 심지어 헬싱키협정서명국은 모두 거부권을 갖고 있으므로 통독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영국측의 논리이다.
영국은 2차대전때 나치독일에 대항하는 민주유럽의 요새로서 당시 투입한 막대한 전비때문에 결국은 1등국의 지위를 상실한 쓰라린 역사가 있다.
특히 부시 미대통령이 등장한후 영국은 유럽의 대미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서독에 빼앗긴감이 있으며 유럽의 정치ㆍ안보ㆍ심리적인 중심이 옮겨지는 듯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 영국의 불만이다.
유럽국들이 통일독일에 바라는 조건은 대체로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통일독일이 중립화돼서는 안되다는 점이다. 중립독일은 유럽의 상황을 20세기초로 회귀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국가간의 관계가 다시 민족차원으로 변질,발칸화(소국분립)하기 때문에 통일독일은 나토에 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45년간 유럽에서 전쟁을 억지해온 것은 나토이며 유럽안보에 필수적인 미국의 존재를 위해서도 나토는 존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15일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콜 서독총리의 회담에서도 논의됐는데 프랑스의 경우 미테랑대통령은 14일 회견에서 독일의 비핵화를 주장했다. 물론 통일독일은 자체의 핵무기를 가질 수도 있으나 그것은 큰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게 프랑스 언론들의 분석이다. 집단안보의 견제 장치가 없는 대독일의 출현을 사전에 막아두자는 얘기다.
둘째는 통독작업이 EC통합작업과 연계돼야한다는 점이다.
자크ㆍ들로르 EC위원장은 EC가 동서독통화 통합등에 대해 사전협의를 받지못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통독은 EC회원국의 하나인 서독만의 일이 아니란 것이다.
동독의 경제가 자동적으로 EC에 편입됨으로써 EC회원국들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때문에 들로르위원장은 통독문제를 다룰 EC특별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동서독 마르크화의 유통과 관련,프랑스는 특히 유럽단일통화협정을 위한 정부간 회의를 금년 12월말에서 앞당겨 열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서독통화단일화가 EC국가에 미칠 영향은 실무위 구성합의 직후 주요 유럽증시에서 나타난 주가하락이나 이자율앙등으로 증명됐다.
셋째 유럽국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국경선 불변경. 즉 폴란드와 동독의 현국경선인 오데르나이세선 동쪽의 고토를 독일측이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폴란드는 2차대전후 이지역에 있던 독일인 1천만명을 추방했으며 이 영토를 독일서 얻는 대신 동부영토를 소련에 뺏겼다. 소련이 영토를 반환않는 이상 폴란드도 이 땅을 독일에 돌려줄 수 없는데 테오ㆍ바이겔 서독재무장관은 평화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독일제국은 법률적ㆍ역사적ㆍ정치적으로 1937년의 영토에 존속하고 있다고 밝힌바있어 폴란드를 놀라게 했었다.
이 문제는 지난 13일 끝난 본의 동서독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됐는데 동독 모드로총리는 이자리에서 국경선불변원칙을 인정했으나 콜서독총리는 앞으로 전독의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결정을 유보해두고 있다. 때문에 폴란드는 양독이 폴란드와 조약을 맺어 이를 국경선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중이며 영국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폴란드는 더나아가 「2+4회담」에 자국이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독은 폴란드에만 이를 허용할 수 없으며 「2+4」이외의 국가는 전유럽안보회의때 자국의 견해를 주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 질서를 준비하는 유럽은 그러나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바이겔 재무장관은 통독이 서독만이 아니라 유럽전체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1조마르크가 소요될 동독의 현대화작업은 곧 그만큼 큰 시장이 생겨남을 뜻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유럽은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열망」과 「이웃의 우려에 대한 독일인의 이해」가 접점을 찾아야할 역사적 시점에 와있다. 【파리=김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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