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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양식(장명수칼럼: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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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양식(장명수칼럼:1332)

입력
199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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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각방송사에 통보한 「90년도 방송운용ㆍ편성에 관한 기본정책」중에는 공감할만한 내용들이 많다. 특히 몇개항목은 앞으로 반드시 반영되도록 촉구하고자 한다.첫째,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대에 어린이ㆍ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줄수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말라는것은 당연한 지적이다. 저녁시간에 온가족이 모여앉아 TV를 보는것은 우리나라 가정의 일반적인 모습인데,그시간에 무차별로 시청률 위주의 편성을 함으로써 부작용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수사물의 범죄장면과 가수,코미디언의 우스꽝스런 제스처를 흉내내면서 자라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방송의 책임이다.

방송위의 지적처럼 문제가 될만한 쇼,코미디,드라마(특히 수사물)는 9시이후 또는 10시이후에 편성하고 휴일 등의 낮시간 재방송도 재고해야 한다. 이처럼 프로그램의 시간대 성격을 분명히 한다면 방송제작에서 오히려 유리한 면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기높은 프로일수록(몇몇연속극이나 「자니윤쇼」 등에서 볼수있듯이」 내용의 일부를 문제삼는 획일적인 비판이 많았고,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비판들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모든 시간대의 모든 프로를 같은 윤리적기준위에 놓고 비판하는것이 정당화되면 제작자들의 특성과 창의력은 빛을 잃고,시청자들이 누릴 재미도 제한받게 된다. 방송은 자체적인 규율에 의해 보다 엄격해야할 부분과 보다 자유로울수 있는 부분을 구분함으로써 획일적이고 원론적인 비평을 거부할수 있어야한다. 또 시간대별 성격이 확실해진다면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TV앞에서 잠자리로 보낼수있는 시간도 확실해질 것이다.

둘째로 각방송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과잉 경쟁으로 맞서고,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것은 빨리 시정돼야 한다. 9시뉴스를 놓친사람은 9시반,또는 10시에 다른채널에서 같은 비중의 뉴스를 볼수있어야 한다. 한쪽에서 연속사극이 인기를 끌면 부랴부랴 다른방송에서 그시간대에 연속사극을 편성하고,심지어는 똑같은 소재(또는 앞질러가는 소재)로 김을 뽑는식의 경쟁을 벌이는일이 많았는데,이런 싸움은 사라져야 한다.

상대의 인기프로에 맞서 「죽는 시간대」를 만들지않으려는 안간힘을 이해할수는 있으나 온국민이 똑같은 시간에 뉴스를 보고,드라마를 보고,권투중계를 보고,영화를 보는 우스꽝스런 편성을 더오래 끌고가겠다는 것은 무리이다.

셋째,방송의 고정출연자들이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방송출연자들이 표준어를 써야한다는 것은 「말」을 직업으로 삼는이들의 기본적인 의무이다. 사투리가 왜 부끄러운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직업에 맞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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