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당이 하루아침에 통합,거대여당으로 출범한 민주자유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앞으로 어떠한 새 정치와 함께 새로운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데 집중되어 왔다. 이것은 민자당의 세 영수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이른바 신사고에 입각,과감한 쇄신과 민주적 대개혁을 단행할 뜻을 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여당이 보인 몇가지 모습에서 그런 앞날에 대해 우려와 회의의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보도된 바로는 앞으로 실시될 대구시 서구갑지역 보궐선거에서 민자당은 정호용 전의원을 공천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대해 공천검토를 비쳤던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이 하룻만에 『와전된 것이며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결코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이같은 번복은 진의가 어떻든 민주당의 발상의 일단을 생각하게 해주는 듯하여 씁쓸하기 짝이 없다.
물론 정씨 자신은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또 3당통합으로 자신의 의원직 사퇴는 더욱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다시 출마,국회에 복귀할 것을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의원직 사퇴는 작년 12ㆍ15청와대 영수회담에서 국민의 여망에 따라 5공청산의 일환으로 합의,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비록 여당의 모양과 규모가 변형됐기는 하지만 사퇴한 지 2개월도 안돼 그의 사퇴를 주도했던 집권당이 다시 재공천을 검토한다는 것은 정치도의는 물론 국민에 대한 책임과 약속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문제이다.
정씨가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그런 경우에도 많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텐데 하물며 과거를 청산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새 모습이어야할 당에서 이런 낡은 모습을 보게됨은 여간 실망스럽지가 않다.
이와 비슷한 일은 대소간에 계속되고 있고 국민들은 불필요한 속단의 우를 범하지 않고 거대한 신당을 우선 신뢰해준다는 자세에서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문교부와 총무처의 3당합당 홍보교육등의 사례는 신당의 슬로건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어서 국민에게 깊은 회의를 갖게했던 일이었다.
우리는 처음 교사들에 대한 합당홍보 얘기가 전해졌을 때 아직도 구시대적 폐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몇몇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의 과잉충성으로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교부가 전국 각 시도교육위에 정식공문을 보내 홍보에 대한 결과보고까지 시달하고 총무처장관등이 앞장서 중앙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한 합당관계 테이프까지 배포한 데는 아연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헌법은 제헌이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확히 보장해오고 있었음에도 역대 통치자들은 선거때등 필요할 때마다 공무원과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 왔음은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지금 민자당은 국민들로부터 조용하나 매우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시선에는 기대가 걸려있고 우려도 깔려있다. 이런 국민의 심중을 헤아린다면 신당은 마땅히 일거수일투족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깊은 사려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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