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암 JP 정치력에만 의존/양 계보 틈새 입지제한… 집안단속에 신경/뿌리깊은 3공 인맥 결집 땐 무시못할 듯민자당내 소수 계보인 공화당은 김종필최고위원이라는 확실한 보스를 갖고 있으나 민자당안에서 얼마간 종속변수로 머물 수 밖에 없다.
사실 「정계개편」이니 「보수대연합」이니 하는 정치용어는 김최고위원의 「상표」였으나 3당 합당의 무대에서 공화계는 부수적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김최고위원 스스로 이같은 상황을 알았던지 「조연」과 「받침대」 역할을 자처했던 것이다.
따라서 공화계가 거대여당의 권력구조 속에서 생존해가고 또 계보정치의 한몫을 담당할 수 있느냐는 민정ㆍ민주계의 계보 풍향이라는 외부요인과 김최고위원의 정치능력에 달려 있다고 여겨진다.
김최고위원은 지난 5일 민자당 합당대회 후 『아직 서로의 체온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며 짐짓 계보형성에 부정적 태도를 비쳤다.
그러나 김최고위원이 「계보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김영삼최고위원이 「집권에 관심없다」는 말과 같이 이상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민정계의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찾는 것은 본능』이라고 계보정치를 사실상 선언하다시피했고 민주계 의원들이 김영삼 최고위원을 따라 민자당내에서 강한 응집력을 보일 상황에서 공화계 세력들은 반사적 형태로라도 계보형성이 불가피할 것이다.
더구나 3인 최고위원중 김종필씨는 60,70년대 공화당 정권에서 파벌경쟁의 쓴 경험을 갖고 있어 「하자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만큼 운정(김최고위원의 아호)계의 활동은 민정ㆍ민주계의 움직임에 맞춰 계보정치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김현의원이 14일 뒤늦게 탈당함에 따라 공화계는 원내의석 35명이며 이중 23명이 초선이다. 이들은 구 공화당과 당시 정부에 참여했던 구 공화계 인사와 4ㆍ26총선 때 들어온 신참그룹으로 대별된다.
이병희 이종근 김용채 신철균 오용운의원 등은 김대표위원과 공화당을 같이했던 사람들이며 구자춘 김용환 최각규 이희일의원 등은 공화당 정부의 각료였다. 김최고위원이 원내의석이 적으면서도 자부심을 가졌던 것도 이들의 존재를 의식해서였다.
이들 구 공화당계의 의원들과 원외의 최재구 전의원등이 운정계의 핵심이 되어나갈 것은 당연하다.
공화계의 하부구조는 지난 4ㆍ26총선으로 국회에 첫 진출한 의원그룹. 당시 「김종필 바람」을 타고 원내교두보 확보에 일익을 담당했던 이들은 대부분 김최고위원에 대한 「의리와 빚」이라는 단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총재와의 1대1 관계가 뚜렷하다. 특히 충청지역의 초선의원은 김대표위원의 그늘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서울의 신오철ㆍ유기수,대전의 박충순ㆍ윤성한ㆍ김홍만,경기의 김병룡ㆍ이택석ㆍ최무룡,충남의 박병선ㆍ이인구ㆍ김제태ㆍ김종식ㆍ조부영ㆍ윤재기ㆍ정일영의원과 경북의 이재연의원 등은 각인각색으로 김최고위원과 인연을 맺고 있고 앞으로 공화계의 손발역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화계의 우산아래 있으면서도 하나의 그룹화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 특히 이택석ㆍ유기수ㆍ김홍만ㆍ윤재기의원 등이 「3ㆍ1친목회」를 결성,소장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민자당내 3대 계보간의 무게중심이 흔들릴 때 가장 원심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김최고위원도 이를 의식,아직까지는 이들중 어느 누구에게도 중간자 역할을 맡기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위탁경영」을 위한 「대리」를 선정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이와관련,한 공화계 원로는 『그동안은 김최고위원의 장중에서만 입지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중 일부는 자신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 정치에 입문했다는 자긍심도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유리한 전략지점을 찾아 합종연형하는 계보정치의 생리를 보일지 모른다』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렸다.
공화당 간판과는 무관하게 지역구를 다져온 경기지역의 이대엽ㆍ김문원의원 등도 상황에 따라 독자적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김최고위원은 계보의 존속을 위해서는 소속의원들에게 비전을 주거나 계보확대 가능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최고위원이 『차기 대권자가 내정된 사실이 없다』는 말을 최근들어 부쩍 많이 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의원들에게 비전을 잃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일 수도 있다.
인척인 한병기씨의 개인 사무실의 확장을 꾀하고 구 여권 고위층에 대한 잦은 발걸음이,움직이지 않으면 소멸하고 만다는 계보경쟁 가능성에 예비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김최고위원이 민자당에서 가장 노리는 대상은 구 공화당 출신의원들일 것이다. 그들은 한때 박정희 이후의 대안으로 김최고위원을 생각했던 사람들로 서로의 체온을 가장 잘 느끼고 있는 「다른 계의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계보정치」보다는 권력의 속성을 쫓아다니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약점많은 소수파에 관심을 둘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고스란히 소속의원을 몰고온 김최고위원이지만 민자당내 입지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화계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역량보다는 민정ㆍ민주 양대계보의 명암에 따라 부침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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