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근본 「변혁」해야 성공/고는 “개선 가능” 환상 사로잡혀/마르크스주의,탈 식민지화 공헌 컸지만 실패작【타임 2월19일자 본지 특약】 50년대 「새로운 계급」이라는 저서를 통해 공산주의의 모순을 통렬히 비판했던 유고슬라비아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 밀로반ㆍ질라스(79)는 최근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페레스트로이카가 공산주의의 근본적 「변혁」이 아닌 「개선」만을 지향한다면 결코 성공을 거둘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에 의해 스탈린주의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으며 레닌주의도 동구변혁의 진전으로 역사무대에서 퇴장될 운명을 맞고 있다』고 지적한 질라스는 『마르크스는 위대한 정치사상가의 한사람으로 남겠지만 단지 학문적 탐구대상으로 존속될 것』이라고 공산주의의 필연적 붕괴를 예견했다.
티토 전유고대통령의 친우이자 후계자로 간주됐던 질라스는 지난 53년 집권층의 부패를 폭로한 이유로 부통령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과 당내 직위를 박탈당했으며 56년부터 66년까지 10년동안 투옥됐다.
질라스는 그의 확고한 반공산주의적 신념때문에 아직도 복권이 되지않고 있다.
다음은 타임지와의 회견내용이다.
작년에 동구의 소련블록이 해체된것은 무엇때문이라고 보는가.
▲개혁을 시도하기 전까지만해도 공산주의는 더할나위없이 강력한 사상체계였다. 하지만 폭발적인 내부적위기때문에 공산주의는 개혁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는 변하더라도 공산주의자체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뒷받침없이는 공산주의체제가 존속할수 없기 때문이다.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가 도입된 나라에서는 민중을 기반으로 비교적 강력한 지배계급이 형성되어 있기때문에 변화의 속도는 느릴수 밖에 없다. 소련과 유고슬라비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주의가 이식된 동구각국의 상황은 이와 정반대이다. 소련체제의 약화가 새로운 국제적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의 변화는 그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고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고르바초프의 역할은.
▲고르바초프는 비교적 능란하게 이 상황에 적응해 왔다. 하지만 그의 약점은 공산주의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개선」시킬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그가 가까운 장래에 위기에 빠질것으로는 보지않으나 만일 현재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점점 더 그의 위치는 약화될 것이다. 현재 형태로의 페레스트로이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페레스트로이카가 실패할 경우 어떤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보는가.
▲군부가 고르바초프에게 반대하는 보수세력에 가세할것으로는 보지않는다. 각부문에서 이루어졌던 변화는 비록 그 강도에 있어 차이는 있지만 군내부에서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설사 보수파가 집권한다해도 단명에 그칠것이며 오히려 상황만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소련에서 보수파가 집권했을 경우에도 동구의 「민주정부」는 계속 존속된다는 말인가.
▲동구각국의 변혁은 이제 도저히 되돌릴수 없는것이 되었다. 정체도 후퇴도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일종의 「혁명」인 것이다. 레닌의 말을 인용하자면 상층부의 사람들은 구시대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통치할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밑바닥의 사람들도 옛방식으로 지배당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강제적이기는 하나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레닌주의체제가 후기산업사회에서 역기능을 초래한 이유는.
▲현대산업사회는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간을 요구한다. 이는 새로운 소유형태를 필요로 한다. 권력의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고 소유형태를 변화시킬수는 없다.
지난 70여년동안 실패한 것은 마르크시즘인가,레닌주의인가,아니며 스탈린주의인가.
▲모두 다 실패했다. 우선 고르바초프는 스탈린주의를 사실상 청산했다. 동구변혁의 진전으로 이제 레닌주의도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마르크스는 루소나 홉스와 같은 중요한 정치사상가들처럼 대학안에서 학문적으로만 탐구되는 대상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마르크시즘이 인류역사에 기여한 것은.
▲탈식민지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으며 파시즘과의 투쟁에서는 누구도 부인못할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인류사회전반과 관련해 볼때 이상은 철저히 부정적인 역할만을 했다.
마르크시즘의 치명적 결함은.
▲마르크시즘은 강력하며 매력적인 사상이다. 그 방법은 과학적이며 그 지향하는 바는 분명히 이상사회이다. 그러나 실제의 마르크시즘은 그와는 달랐다. 실천을 통해 증명되지못한 사상이었던 것이다.
현 상황을 전제군주국이 차례차례 붕괴하던 19세기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가.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현재는 강대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세계는 동구에서 전개되는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될것이다. 서방은 이러한 변화로 자신의 체제를 변혁시켜야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 변화에 적응해야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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