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지역」이 최선의 해결책/소 정책목표는 시베리아ㆍ극동 개발/시장ㆍ기술 제공처로 중요/「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소련공산당중앙위의 권력독점 포기에 뒤따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미ㆍ소 외무장관회담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한 대화촉진」을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볼셰비키혁명후 73년만에 공산체제를 혁신한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이제 아시아공산권개혁과 극동지역분쟁의 해소를 겨냥해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
소련이 추구하는 「아시아 페레스트로이카」의 진의는 무엇이며 소련의 대 아시아 태평양정책은 어떤 모습인가.
소련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 발행학술지 「파 이스턴 어페어스(Far Eastern Affairsㆍ극동의 제간제)」의 블라딜렌ㆍ보론초프 편집국장은 『아태지역 안보의 핵심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해결이며 최선의 해결방안은 남북한간에 불신과 대결을 제거할 수 있는 폭넓은 대화를 진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보론초프편집국장이 지난 2일부터 모스크바에 파견돼 소련의 개혁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본보 강병태특파원을 통해 한국일보사에 보내온 기고문이다. 소련과학원 극동문제연구소는 소련의 대표적 외교정책 연구기관이며,따라서 보론초프의 견해 역시 소련의 이익과 북한의 주장에 기울어진 측면이 있음을 부언해둔다.【편집자주】
예로부터 아시아의 현인들은 인간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사상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시대의 폭력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고래의 도덕적 가치관을 견지해왔다.
오늘날 군사력이 국제정치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요소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은 보편적이며 이는 2가지 이유에 근거한다.
하나는 현대의 무기수준이 급속도로 발전,어느나라도 독자적 방어수단으로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의 기술적 진보의 영향으로 반목적이던 세계가 점차 상호 의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차 한 국가의 국제적 지위는 군사력이 아닌 경제발전 수준이나 과학ㆍ기술능력에 좌우될 것이다.
국제적인 대립도 분명히 군사력의 균형여부가 아니라 국제간의 경제ㆍ투자교류 기술협조 등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점차 이같은 평화공존 원칙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다. 핵전쟁의 위험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은 미ㆍ소 두강대국이 최근 군축분야에서 중대한 합의를 이루는 동기가 됐다.
이같은 원칙의 전환은 물적ㆍ인적자원을 경제개발 환경 우주개발등 보다 보편적인 문제해결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오랜 대결의 시대가 상호불신현상을 초래,미ㆍ소관계 뿐만 아니라 다른나라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의 이미지를 남겼다는 사실을 잊지않고 있다.
이같은 상호불신과 적대감은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 따라서 일반의 의식속에 「대등한 동반자」로서의 진실된 이미지를 심는 일이 시급하다.
오늘날 존ㆍ페어뱅크교수와 같은 합리적 미국학자들 및 정치인들은 미국이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을 강요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페어뱅크교수가 주장하는 상이한 문명권간의 수렴이론에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핵시대의 냉엄한 현실에서 국제적안보를 공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는 군비경쟁이 아니라 상호이해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 소련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소련과 중국은 군사전략적 수단으로 서방세계에 대한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양국은 미국을 비롯한 이 지역국가들과 폭넓은 협조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소련의 외교적 이니셔티브는 소련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적 지위때문에 장애에 부딪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소련자신의 잘못에도 기인하지만 다른 국가들내의 영향력있는 세력들의 자세에도 원인이 있다.
소련이 아태지역에서 국제분업에 참여하는 문제는 소련 극동경제지역에서의 외국기업들의 경제활동 증대문제와 긴밀하게 연계돼있다. 소련의 정책목표는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개발을 가속화시켜 아태지역의 분업에 참여하는데 있다.
따라서 극동경제지역에서의 외국과의 경제교류확대에 소련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막대한 자원을 갖고 있는 이 지역의 당면과제는 하부구조와 생산설비를 현대화하는 문제와 함께 소비재 및 식료품수요를 충촉시키는 문제이다. 소련은 합작사업을 국제분업 참여확대 및 대외경제관계 개선의 주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극동경제지역의 경우 다른지역에 비해 각종 우대조치를 외국합작기업에 제공하고 있으며,이를 계속 확대해 갈 계획이다.
아태지역은 소련에 유망한 시장일뿐 아니라 과학기술협력분야의 좋은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싱가포르등 신흥공업국가들은 소련극동경제지역의 주요경제부문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식료품등 소비재산업과 건설ㆍ관광분야 등에서 이들 국가와의 협력은 소련극동경제지역 및 시베리아의 사회경제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태지역안보와 관련,가장 중요한 문제중 하나는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최선의 해결방책은 한반도를 「평화지역」으로 만들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치하고 한반도 주변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지하는 동시에 남북한간에 불신과 대결을 제거할 수 있는 폭넓은 평화적대화를 진전시켜 가는 것이다.
한국은 최근 공구권국가 및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지향하는 이른바 「북방정책」에 외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소련은 아직 한국과 외교관계는 없지만 무역을 비롯한 경제부문과 문화ㆍ학술등 비정치분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87년 9월 고르바초프서기장은 프라우다지에 발표한 연설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동이 없이는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모든 문제의 정치적ㆍ도덕적 핵심은 국가와 인민 상호간의 믿음이며 국제적 협정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는 개별적 차원에서의 신뢰구축 방법을 벗어나 포괄적 안보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폭넓은 신뢰구축정책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
인간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해 온 아시아 태평양국가들의 문화적 특성은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지향하는 이같은 목표에 새롭고,독창적이면서도 보다 널리 수용될 수 있는 이념들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