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쇄신 이미지ㆍ척결의지」 과시/당 내부 문제의원들 「숙정」 분석도○정치적 측면
국회의정활동과 관련,매직혐의를 받고 있는 박재규의원(구민주)이 13일 검찰에 의해 끝내 구속됨으로써 앞으로 각종 형사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의 처리가 주목을 끌고있다. 그동안 정치적 고려차원에서 법집행을 미뤄오던 검찰이 거대여당인 민자당의 출범에 즈음해 박의원의 구속을 결정한 것은 당연한 사법적 조치라는 측면을 넘어 또다른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통합신당이 민주개혁과 새정치질서 형성및 법질서 확립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우선 정치권,좁게는 민자당의 쇄신이미지를 부각하는 조치로도 보인다. 이는 또 신당출범 동기중의 하나가 과거 4당체제에서 정당이해가 엇갈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행정의 권위추락에 대한 반성이었다는 점과 무관치않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국가보안법의 경우 2년여동안 개폐논쟁에 휘말려 어느 방향이든 처리가 천연되어옴으로써 국민들의 법인식이 무디어져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2월 임시국회에서 보안법등 8개 현안법안의 처리를 매듭짓겠다는 민자당의 의지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민자당의 조직책 인선과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시점의 특수성은 이번 조치가 정치질서및 정당운영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관측을 가능케한다.
실제 6공들어 발생한 대표적 의원연루사건인 서경원(평민)의원의 밀입북,서석재의원(무)의 후보매수및 박의원의 독직뿐 아니라 대소 의원비리사건이 명백히 형사적 사건임에도 정치적 성격이 채색됨으로써 정치권의 문제로 비화돼 왔다.
이렇게 보면 이번 조치는 「의원관련 사건=정치사건」이란 등식의 고리를 끊고 공정한 법집행 의지를 확립하겠다는 정부및 민자당의 의지와 계산을 깔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특히 박의원의 경우 민자당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당정 고위관계자들도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얘기다.
당국은 박의원에 이어 2심에 계류중인 민자당소속 이학봉(직권남용)의원이나 평민의 서의원,무소속의 서의원(선거법)에 대해서도 사건의 경중을 따져 조만간 법적 처리를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희표의원등 동해 재선거후보 모두에 대해 징역 8월의 구형이 내려진 것도 이같은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와함께 K모의원등 내사중이거나 내사를 끝낸 의원비리사건에 대해서도 금명간 혐의든 무혐의든 처리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여져 민자당 출범에 따른 인적 정비를 구체화할 것 같다.
특히 이번 조치는 앞으로 예상되는 행정부의 공직자 비리척결과 맞물려 적지않은 파장도 예상되는데 한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인위적인 인물정리 또는 무리한 숙정의 의미보다 새롭게 정당이 출범하는 만큼 정치인 모두가 새로운 자세를 가질 것을 주문하는 성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법률적 측면
검찰이 13일 박재규의원(민자)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끝내 구속한 것은 수사의 원칙과 형평을 강조한 검찰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12일 박의원에게 뇌물을 준 이건녕방제협회장을 구속하며 박의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정기국회 회기중이어서 구속동의안만 계류시켜 오다 12월19일 정기국회가 폐회될 때까지도 이 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아 영장은 자동기각됐었다.
이후 검찰은 이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해가며 박의원을 구속 기소할 것인지 불구속 기소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해왔다.
서울지검의 일선 수사팀은 뇌물을 준 이씨가 이미 구속됐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진 이상 박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온 반면 검찰 상층부에서는 어쨌든 국회에서 박의원의 구속동의안을 처리하지 않는 방법으로 묵시적으로나마 불구속처리 의사를 밝힌 만큼 불구속 기소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때문에 두달 가까이 검찰내부에서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만 끌어왔는데 결국 2억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을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속치 않은 것은 이제까지의 관행에 어긋나며 앞으로의 공무원수사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판단,구속키로 결정했다.
또 뇌물을 준 사람에게는 형법상 뇌물공여죄만 적용해 법정형이 5년이하에 불과하지만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특가법이 적용돼 수뢰액이 1천만원이상이면 최소한 10년이상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하고 있어 박의원을 구속치 않은 것은 법률적으로도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같은 측면외에도 박의원이 야당이었던 시절에 수사를 시작,영장을 청구했다가 3당통합이 이뤄져 여권으로 옮긴 때 불구속으로 처리한다면 「검찰은 야당의원의 비리만 수사한다」는 비난을 감당키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안정국이 계속됐던 지난해 야권에서 「검찰수사는 야당탄압의 일환」이라는 비난이 빗발칠 때 검찰 간부들은 한결같이 『여당의원이라도 비리가 드러나면 똑같이 수사해 처벌하겠다』고 천명,정치로부터 검찰권의 독립을 주장해온 마당에 이제와서 박의원문제를 유야무야할 경우 검찰이 설 위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김경회서울지검장은 13일 아침 곧바로 서소문 대검찰청 청사로 나와 김기춘총장에게 박의원의 구속방침을 보고해 결재를 받은 뒤 즉각 민자당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이날 하오 박의원이 서초동 검찰청사에 자진 출두토록 했다.
현재 박의원에 적용된 죄목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죄와 특정경제 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 등 두가지로 뇌물액수가 2억1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법정형은 사형ㆍ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징역.
따라서 앞으로 법원에서 박의원의 혐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경우 정상을 참작해도 법률적으로 최소한 5년이상의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신재민ㆍ이유식기자>신재민ㆍ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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