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과 함께,한반도에 관한 미국과 소련의 논의가 공식화되고 있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두나라 외무장관은 10일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대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날의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것은 두 초강대국 사이에 어느 정도의 「원칙적 양해」가 이루어졌음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양해」가 어느 정도의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은 속단할 일이 아니다.
공동성명에 의하면 두나라는 동북아문제에 관해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동북아 문제에서 한반도가 가장 중요한 핵심임을 생각할 때 상당히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단계에 왔다는 것을 알만하다.
세계적인 탈냉전의 흐름으로 볼 때 두 초강대국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촉구하고,협상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는 당연히 예상돼온 일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공동성명보다는,그것을 뒷받침하는 듯한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이다.
셰바르드나제는 베를린장벽과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갈라놓고 있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평양측 제의를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주한미군 철수」에 언급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가 소련측의 변함없는 주장이라면,셰바르드나제의 이번 발언은 「철수의 조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주한미군의 「감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물론 소련의 평양과의 관계가 동독이나 루마니아와의 그것처럼 단순할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소련의 진의는 앞으로 예상되는 미ㆍ소 사이의 협상에서 드러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협상은 우선 군사적 대결체제의 완화에서 시작해서 불가피하게 남북교류에까지 미칠 공산이 크다. 10일 미ㆍ소 외무장관의 공동성명과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은 이러한 구체적 협상에 앞서 나온 「의례적 사전포석」일 수도 있다.
지금 유럽에서는 독일통일문제가 「2년내 실현」을 내다볼 만큼 급진전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분단상태의 타파가능성에 대해서도 막연하나마 희망과 기대를 가져볼 만한 분위기임엔 틀림없다.
미국과 소련이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언급한 것도 이런 국제적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 뜻에서 셰바르드나제가 김일성의 소위 「콘크리트장벽」 주장을 지지는 했지만,그 진의는 바로 북측의 개방을 촉구하는 데에 있었다고 낙관적으로 볼 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발전과 안정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바탕 위에서 국제정치 구조의 변화를 확실히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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