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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공존” “대결격화” 엇갈려/만델라 석방과 남아공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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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공존” “대결격화” 엇갈려/만델라 석방과 남아공의 앞날

입력
1990.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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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모두 완전한 권력장악 원해/극우파 집권ㆍ흑인봉기 가능성 커넬슨ㆍ만델라의 석방으로 세계유일의 인종차별국가인 남아공은 희망과 공포가 엇갈린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게 됐다.

데클레르크 남아공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만델라석방을 결단했지만 남아공 흑백인종간의 대립은 그골이 너무나 깊기 때문이다.

데클레르크대통령이 만델라의 석방을 통해 노린것은 두가지이다. 「인종차별국가」라는 국제여론의 비난을 무마,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조치를 푸는것과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무력투쟁및 흑인노동자들의파업을 종식시켜 백인정부 주도하에 국내 정국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현재 2백20억달러에 이르는 외채부담을 지고있는 남아공은 비상사태를 선포한 86년이래 서방국가들로부터 외채조기상환압력을 받고 있으며 30%에 달하는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로 경제위기에 처해있다. 여기에 최근 동유럽 변혁에 고무된 ANC와 각종 흑인재야단체들은 무력투쟁과 함께 파업등 조직적인 반정부활동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등 사면초가의 곤경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데클레르크대통령은 백인극우인종차별주의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흑인인권운동의 상징인 만델라를 흑인들과의 공식대화창구로 활용하기위해 27년만의 석방이라는 극적인 결정을 내린것이다. 만델라가 일단 협상테이블에 앉게되면 그의 석방을 내걸고 ANC가 지금껏 전개해온 무력투쟁은 그 명분을 잃게되고 경우에 따라 흑인재야단체들간의 노선차이에 따른 분쟁이 노출돼 만델라와 「ANC의 신화」도 퇴색될수 있다는 것이 데클레르크의 계산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출감후 첫연설에서 만델라가 ANC의 무장투쟁노선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표명함으로써 일단 벽에 부딪치게 됐다.

오히려 「인종차별정책의 고수」를 내건 극우 보수당세력을 중심으로 한 백인들의 조기총선실시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데 클레르크의 집권 국민당이 정권을 상실할 가능성 마저 대두되고 있다.

데클레르크를 대표로한 온건백인세력과 만델라를 정점으로한 흑인들간의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흑인의 참정권 문제이다.

데클레르크는 집권후 일련의 인종차별 완화정책을 취했지만 근본적으로 「다수 흑인의 통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1인1표」의 선거제쟁취를 목표로하고 있는 ANC의 입장과는 합치될수 없는 것이다.

남아공의 장래를 낙관하는 관측통들은 데클레르크가 표방하고 있는 이른바 「집단권리」에 의한 흑인참정이 이루어져 백인ㆍ혼혈인ㆍ아시아계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기존의 3원제의회에 흑인의회가 추가될것으로 보고 있다.

어쩌면 만델라가 명목상 대통령을 맡고 데클레르크가 실권을 지닌 총리를 맡는 과도정부가 구성될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백인과 흑인세력은 모두 불안정한 권력배분보다는 완전한 권력장악을 원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투쟁을 해와 자금조달이나 조직관리에 능란한 ANC는 대중동원에 자신감을 보이며 백인의회의 들러리가 될것이 뻔한 흑인의회구성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3천1백만 남아공인구중 절대다수인 2천6백만의 흑인이 자유를 찾은 지도자 만델라를 구심점으로 뭉쳐 ANC의 조직적인 지휘하에 대규모 반정부운동을 전개할 경우 남아공 소수백인 집권층은 동유럽 독재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남아공의 장래는 데클레르크와 만델라의 협상테이블을 통해서가 아니라 거리로 쏟아져 나온 흑인들의 의사와 행동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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