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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내(장명수칼럼: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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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내(장명수칼럼:1329)

입력
1990.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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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아무리 빗장을 잠그고 문단속을 한다해도 우리의 남북관계는 이미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실려가고 있다. 남북관계의 변화는 이제 속도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소련 외무장관 셰바르드나제가 미소외무장관회담을 마치고 1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반도장벽제거 촉구발언은 남쪽의 우리들역시 세계사적인 변화의 속도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반성을 하게한다. 소련의 입장표명은 우리의 일반적인 짐작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그가말한 「장벽」이란 북한이 주장했던 남한의 「콘크리트장벽」을 지칭한 것 이라는 논란도 있으나,무엇을 지칭했건 남북교류와 개방을 촉구한 기본골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는 수년간 베를린장벽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제 세계는 한반도의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며,그 장벽의 철거는 세계역사의 위대한 발전을 의미하게 될것이다』라고 셰바르드나제는 말했다. 동구처럼 소련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지않는다 해도 북한은 소련의 이같은 입장표명에 결국 포위당할 것이다.

분단장벽을 제거하고 통일을 향해 접근하고 있는 동서독은 어제까지 세계인들이 상상할수 없었던 재통일의 꿈을 현실로 빠르게 이루어가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고르바초프서기장과 회담했던 헬무트ㆍ콜 서독총리는 『2년안에 독일통일이 이뤄질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독일이 통일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국제적인 관문들이 있으나,소련의 통독지지는 유럽분단이 종식되는 확실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의 남북교류,더나아가 통일은 어느날 어떻게 다가올까. 통일을 완성시킬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힘,불가결의 요소는 무엇일까. 서독의 디트리히ㆍ겐셔외무장관이 「슈피겔」 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그는 『독일의 재통일은 많은 인내와 돈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통일은 우리가 상상한것보다 매우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인내와 돈」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할 대가이기도 하며,어느날 갑자기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을때 그것을 이뤄낼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북한정책은 북한의 수준에 맞춰 대응해온 나머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있는 부분이 많고,북한의 개방이 어려울것이라는 전제아래 우리의 개방준비 역시 본격적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국제정세는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더 세찬물살로 흐르고 있다는 것,통일로 가기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경제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것이 오늘 우리가 되새기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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